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심석희 사건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고 체육계 성폭행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밝혔다.
노 차관은 "조재범 코치의 상습 성폭력 보도를 접하면서 이같은 사건을 예방하지 못하고 선수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정책 담당자로서 피해 당사자와 가족,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부는 우선 체육계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하고 영구제명 조처 대상이 되는 성폭력의 범위를 종전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대한체육회 규정 등에는 강간, 유사 강간 및 이에 준하는 성폭력의 경우에만 영구제명하게 돼 있는데 앞으로는 '중대한 성추행'도 영구제명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성폭력 관련 징계자의 국내외 체육관련 단체 종사도 막을 계획이다.
문체부는 체육단체간 성폭력 징계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가올림픽위원회(NOCs), 국제경기연맹(IFs) 등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해외 취업 기회 역시 차단할 계획이다.
조 전 코치의 경우 앞서 심석희에 대한 폭행 사실이 밝혀져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된 이후 중국 대표팀에 합류하려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와 함께 인권 전문가와 체육단체가 참여하는 체육분야 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체육단체 규정도 정비한다.
정부는 또 민간 주도로 비위근절을 위한 체육단체 전수조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3월까지 대한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 회원종목단체를 대상으로 1단계 전수조사를 실시한 후 올해 안에 단계적으로 시도체육회와 시·군·구 체육회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피해자 지원과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문체부 스포츠 비리신고센터 내에 체육단체 성폭력 전담팀을 구성한다. 향후 체육 분야 비리 대응 전담기구 가칭 '스포츠윤리센터'의 설치도 추진한다.
선수촌 합숙훈련 개선 등 안전훈련 여건 마련에도 힘쓴다. 심석희 측에 따르면 심석희는 태릉 및 진천선수촌에서도 조 코치의 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차관은 "그간 정부가 마련한 모든 제도와 대책이 사실상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증명됐다. 그간의 모든 제도와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스포츠 선수들이 야만적인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정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선수들의 용기있는 참여도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