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OECD의 ‘2017 기업가정신 한눈에 보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556만3000명으로 미국, 멕시코 다음으로 많다. 한국의 인구수가 약 5000만 명으로 세계 27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영업 창업 5년 내에 2곳 중 1곳이 문을 닫고 10년 뒤에는 10곳 중 7곳이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방송인이자 외식사업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대한민국 자영업의 상황을 한마디로 대변했다.
백 대표는 “자신이 ‘골목식당’이란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는 식당을 열라는 것이 아니라 외식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식당을 하지 마세요’라고 권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섣불리 창업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무턱대고 창업하는 것을 막고자 한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자영업자들의 노동시간과 소득, 폐업률, 사회보험 가입률은 얼마나 될까?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리뷰 10월호에 실린 ‘자영업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농·임·어업 을 제외한 제조업·서비스업 자영업자는 2018년 8월 현재 475만2000명이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59만4000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315만8000명이다.
최근 10년(210~2017년)간 자영업자의 일자리 변동을 살펴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74.6%는 다음 해에도 경영을 유지했다. 18.2%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 이동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81%도 다음 해에 같은 자리에 있었다.
보고서는 자영업자는 자영업 부문을 떠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개인사업 신규창업자 100만 명 중 80만 명은 폐업했다. 2016년 자영업자의 10년 미만 폐업률은 71.9%에 달했고, 50.7%는 5년 내에 사업을 접었다.
자영업자의 소득과 노동시간 등은 임금근로자에 비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1991년과 2016년을 비교할 때, 연평균 1.4% 증가했으나 근로자가구는 연평균 2.5% 증가했다. 특히 근로자가구 대비 하위 20% 자영업자가구의 상대소득은 2003년 55.1%에서 2016년 48.7%로 6.4%포인트(P)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상위 20%의 경우에도 84.3%에서 80.9%로 떨어져 3.4%P의 하락폭을 보였다.
노동시간은 소득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이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두드러진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7년에 월평균 노동시간이 220시간이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이보다 10시간이 적은 210시간이며 상용노동자는 192시간이다.
가계융복지조사에서 확인되는 자영업 가구주의 부채 상황은 1인당 부채가 2017년의 경우에 잠정치이긴 하지만 1억 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금융부채는 8000만 원에 가까운 수준이다. 게다가 부채가 가처분소득의 2배를 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보험 가입률도 떨어진다. 자영업자 전체의 25.0%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29.5%에 이른다.
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률도 매우 낮다. 2018년 6월 현재 고용보험 유지자는 1만8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16년 12월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 사업주 1만9886명 가량만 산재보험에 가입해 있다.
보고서는 “일의 안정성과 소득, 노동시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본 자영업자의 모습은 사장님이라고 부르기조차 낯 부끄러운 사정”이라며 “사실상 ‘숨겨진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