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CNN은 룰라 전 대통령이 출마를 포기하고 페르난두 아다지 부통령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낙점됐다고 보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아다지 후보를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지자들에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는 이미 수백만 명의 룰라다”라며 “아다지 후보는 브라질 국민을 위해 룰라가 돼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 지지층의 향방이 가장 핵심적인 열쇠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20일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7%에 달했다. 전날 여론조사업체 이보페가 룰라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 후보가 지지율 1위를 기록했고 아다지 노동자당 후보는 지지율 9%로 5위에 그쳤다. 그러나 부동층이 28%에 달해 결과를 점치기는 어렵다. 브라질 대선 1차 투표는 다음 달 7일에 치러진다.
대선 후보 자리를 넘겨주기 전부터 룰라 전 대통령이 출마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은 여러 차례 나왔다. 브라질은 형사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이 출마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의 혐의에 유죄 판결을 받았고 1월 2심 재판에서도 12년 1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유엔인권위원회까지 나서서 그의 대선 출마를 지지했지만, 연방선거법원은 룰라의 대선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룰라는 노동자 출신 대통령으로 한때 지지율이 90%를 넘었던 인물이다. 그는 전직 금속 노동자로 2002년 대선에서 노동자당 후보로 출마해 브라질 사상 최초의 좌파 성향 대통령이 됐다. 기아와 빈곤 퇴치에 중점을 두고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힘썼으나 건설회사 OAS로부터 돈을 받고 사업을 도왔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유죄 판결이 노동자당을 억압하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