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잇따르는 노조 설립 왜?…‘크런치모드’에 ‘포괄임금제’까지 불만

입력 2018-09-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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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업무강도로 명성이 자자한 게임업계가 잇따라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있다. 이들은 공짜 야근을 강요하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의무적 근로시간이 없는 유연근무제를 주장하고 있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는 스마일게이트노동조합 ‘SG길드’를 출범했다. SG길드에는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스마일게이트알피지, 스마일게이트스토브 등 스마일게이트 그룹 소속 모든 법인들을 포함돼 있다. SG길드는 선언문을 통해 “게임업계에 만연한 크런치 모드를 워라밸 모드로 바꿔 나가겠다”며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의무적 근로시간 없는 유연근무제를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넥슨은 3일 넥슨코리아 법인과 넥슨네트웍스, 네오플, 넥슨지티, 넥슨레드, 엔미디어플랫폼 등 넥슨 그룹의 자회사와 계열사를 포함한 노조를 설립한 바 있다. 넥슨 노조 역시 “포괄임금제라는 명목으로 야근이 공짜가 됐고 빈번해진 크런치모드(게임 출시 직전 고강도 근무체제를 유지하는 것)로 장시간 노동에 과로는 일상이 됐다”며 “넥슨 노조의 탄생은 게임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나갈 견인차가 될 것이며 더 많은 게임 산업 노동자들이 노조를 할 권리를 찾는 길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의 노조 설립은 게임업계의 노동환경 문제와 더불어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포괄임금제 유지로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게임업체들은 지금까지 야근·특근 수당 등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포괄임금제를 시행해 왔다. 양 노조는 공짜 야근을 강요하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해 고용 환경 안정화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며 야근이 줄은 만큼 포괄임금제 폐지는 무리한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며 야근을 최소화 하는 것을 의무로 하고 있다. 설령 크런치모드를 겪는다 해도 나머지 시간은 휴식을 통해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300인 미만의 게임업체들은 여전히 포괄임금제의 덫에 갇혀있다고 덧붙였다.

IT업계의 특성상 포괄임금제를 쉽게 폐지하지 못하는 현실이 노사간 갈등의 원인이 되면서 노조 설립에 불을 붙였다. 게입업계는 업무 강도가 수시로 바뀌는데다 게임의 인기 등이 유동적이어서 임금상승이 가져올 부담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포괄임금제를 과감하게 폐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란 회사와 근로자와 계약을 할 때 월급이나 연봉 안에 기본급과 야근, 특근 등 일정금액의 초과근무수당을 정해서 주는 것을 말한다. IT기업이나 부동산 등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업종을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적용하고 있다. 일한 근무 시간만큼이 아니라 정해진 수당만 받게 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지 않는 한 주52시간 근무제의 취지는 무색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IT업계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곳은 네이버와 웹젠이다. 네이버는 지난 4월 IT업계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돼 7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웹젠 역시 7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대신 기본급을 일정부분 늘리기로 결정했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노조는 설립 전 네이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근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노조가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고 갈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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