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파킹 거래'로 투자자들에게 100억 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직 ING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 두모(46) 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700만 원, 추징금 1억 3108만 원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두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증권사 브로커 등 10명에게도 유죄가 선고됐다.
'채권파킹 거래'는 채권을 매수한 증권사가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잠시 증권사 등 다른 중개인에게 맡긴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펀드매니저가 직접 매수하거나 다른 곳에 매도하는 방식을 말한다. 금리 하락기에는 기관과 중개인이 모두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손실이 커진다.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익은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임직원이 서로 정산하기로 하는 '장부 외 거래'의 일종으로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어 불법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채권파킹 거래가 투자자가 예상한 위험 범위를 초과해 운용되는 결과를 발생시킨다"면서도 "투자일임재산에 속한 채권을 증권사 계정에 파킹해 보관하는 것만으로는 투자자 손해가 발생했다거나 손해 발생의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증권사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두 씨 등이 증권사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투자자의 투자자일임재산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것은 업무상 임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두 씨 등이 투자자와 협의 없이 몰래 채권 파킹 거래를 하고, 손익이전 거래를 한 점이 고려됐다. 앞서 1심은 두 씨에 대해 징역 3년 및 벌금 2700만 원, 추징금 1억 3108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1월 맥쿼리운용(옛 ING자산운용)이 46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파킹해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긴 자산을 불법 운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금감원은 맥쿼리에 3개월 일부 업무정지 및 과태료 1억 원, 가담한 증권사들에게는 기관경고와 과태료 및 임직원 정직 조치 등을 부과했다.
두 씨 등 22명은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기관투자자 몰래 채권 파킹을 하던 중 위탁자금으로 증권사의 손실을 보전해 약 113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투자금 중에는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