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시 여성 공무원에 대해 시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상윤 부장판사)는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던 A씨 남편이 시와 공무원 B씨 등 4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서울시는 3070만 원, B씨 등 3명은 370만~600만 원을 각각 유족에게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B씨 등의 성희롱으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 등의 발언은 직장 내 상급자로서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망인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한 행위"라며 "망인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은 B씨 등의 발언으로 인해 직장생활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중 자살을 택한 것으로 추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직장 내 성희롱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서울시 책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연구원이 2013년 성희롱 예방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성희롱 고충 상담 창구를 설치‧운영한 사실 등은 인정되지만 이것만으로 서울시가 망인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성희롱 발생 이후 재발방지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도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책임자가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것 외에 서울시가 별다른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고조사를 하지 않은 점 △연구원 직원들의 잦은 성희롱 발언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서울시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2013년부터 서울시 산하 기관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직장 내 성희롱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B씨 등은 회식 자리에서 A씨에게 "모텔 가자"라고 말하고, 연예인 알몸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A씨 사망 이후 B씨 등에게 징계를 내렸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시에 성희롱 예방지침 개정을 권고했다. A씨 남편은 서울시와 B씨 등을 상대로 총 6억9000여만 원을 달라는 소송을 지난해 냈다.
한편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김용빈 부장판사)는 남편이 유족보상금을 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지급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사건을 심리 중이다. 앞서 1심은 "A씨의 사망은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