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과 뇌물ㆍ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비선실세' 최순실(61) 씨의 사건을 함께 심리될 전망이다.
검찰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에서 기소한 것과 특검에서 기소한 것을 '실체적 경합'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실체적 경합이란 한 사람의 여러 개의 행위가 여러 가지 범죄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내라고 강요했고, 삼성 등 일부 기업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기소 사건도 우리 재판부가 맡고 있어서 함께 재판을 하게 될 것"이라며 "적정한 시기에 병합해서 진행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해 최 씨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 등과 함께 삼성 등 대기업을 압박해 774억 원 상당의 출연금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청와대 요구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출연금을 낼 수밖에 없었고, 사실상 피해자라는 논리다. 하지만 수사를 이어받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 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대가로 재단 출연금 등 삼성이 최 씨 측에게 433억여 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후 특수본은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으로 공범인 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기소했다. 삼성의 433억 원을 비롯해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한 70억 원과 SK에 요구했던 89억 원도 모두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은 다음 달 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 의견을 듣고 증거조사계획을 세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