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가 이번에는‘저유가’라는 호재를 맞았다. 유가 하락이 정유사 실적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통념과 달리 유가 하락에 따른 수요 확대로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배럴당 가격은 48.49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이후 3개월여 만에 5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역대 최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9일 최근 원유재고량이 총 5억2839만3000배럴까지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유가 하락은 재고평가이익(원유 수입과 제품 판매 시차로 발생하는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된다. 실제 2014년에 급격한 유가 하락으로 정유사들은 사상 초유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가가 하락하는 경우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수요 확대는 정제마진(제품값과 재료값 차이에서 얻는 수익) 개선 효과로 이어지고 있어 정유업계서는 유가 하락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원유를 들여와서 정제해 파는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에는 유가보다 정제마진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보통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3~4달러를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보는데, 이달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5.5달러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정제마진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가하락에 따라 수요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일본 정유사들의 정제시설이 정기 보수에 들어가면서 공급 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JX 니폰(38만배럴)과 시노펙(36만배럴) 등이 유지 보수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글로벌 정유업체들의 공급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은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