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금융 앱스토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가 소송을 당해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이 과정에 협조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잘못도 인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1일 박모(30) 씨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금융결제원 및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SK텔레콤 등은 박 씨에게 100만 원을 함께 배상해야 한다.
금융결제원은 2013년 4월부터 국내 17개 은행에서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합관리하는 '금융 앱스토어(www.fineapps.co.kr)'를 운영했다. 모든 서비스가 한 곳에 집중되는 방식이 보안에 취약하다고 생각한 박 씨는 유사 사이트(www.flneapps.co.kr)를 만들어 경고성 메시지를 띄웠다.
하지만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이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자, 박 씨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차단 요청을 받은 12개 통신서비스 사업자 중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만 업무에 협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흥원 등은 소송에서 '박 씨의 유사사이트가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피싱사이트 제작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씨는 '금융앱스토어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공익적 목적으로 개설했고 악용 소지도 없다'고 반박했다.
1심은 '악용 문제가 없더라도 3일 남짓의 기간 동안 접속이 차단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정보의 게재 자체를 차단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 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자신의 의사를 자유로이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권리로서 표현의 자유란 표현의 형식과 방법, 시기 면에서도 원칙적으로 제한받지 않을 것이 요구된다"며 "웹을 기반으로 한 의사소통이 표현의 자유의 주요한 수단이 되어가는 추세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정보통신망법 상 긴급조치는 긴급한 필요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는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