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동차 대출이 새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1.44%로 전년보다 13% 높아지고 지난 2009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신용정보업체 트랜스유니언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용카드 연체율도 1.79%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트랜스유니언은 전했다. 여전히 연체 증가 수준은 자동차 대출과 신용카드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 있다. 자동차 대출 연체율은 다른 종류의 부채보다 낮다. 은행들은 전반적인 신용 상태가 여전히 양호하다고 밝혔다. 또 미국인은 자동차 대출 상환 우선순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지난해 약 430만 명 미국인들이 새로 자동차를 리스하거나 대출을 받았다. 모기지 연체율은 2.28%로 자동차 대출보다 현저히 높지만 주택대출 시장의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현재 연체율 수준은 2개월 이상 자동차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미국인이 100만 명을 넘는다는 의미다. 자동차 대출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지난해 자동차 대출자당 평균 대출은 약 1만8400달러(약 2099만 원)에 이르렀다. 이는 3년 전보다 약 10% 커진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 대출 시장규모는 1조10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그동안 저금리 기조가 오래 유지되고 실업률도 낮은 상태였는데 부실 대출이 늘었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부채 부담을 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규제 당국도 자동차 대출이 팽창하는 가운데 은행들이 돈을 빌려주는 기준을 완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은행들도 최근 상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딘 아타나시아 소비자금융 공동대표는 “지금 금융산업은 절제해야 한다”며 “대출자의 신용을 봐야한다. 우리가 너무 방만하게 대출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