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3차 면세점 대전에서 사업권을 따내면서 축배를 들게 됐다. 하지만 수년째 역성장 중인 백화점 사업을 비롯해 적자를 면치 못하는 면세 사업의 변화 등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다.
관세청은 지난 17일 신세계가 총점 769.60점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5개 업체 가운데 3위를 차지해 신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신세계디에프는 이날 결과 발표 직후 “센트럴시티 일대를 개별 관광객의 중심지로 만들고 그 수요를 서초, 강남뿐 아니라 전국으로 전파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사업권을 획득한 신세계는 서울 서초구 반포로의 센트럴시티에 1만3350㎡(4100평) 규모로 제2의 시내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서초·강남 지역의 관광 인프라 개발에 5년간 3500억 원을 투자하고 센트럴시티 일대의 관광 매력도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문제는 거창한 사업계획만큼이나 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아 정유경 사장이 백화점 부문을 홀로 경영할 능력을 입증하기는 수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은 작년과 올해까지 이어진 3차례 면세 대전을 거치면서 13개로 늘었다. 거기다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기여도가 60% 이상 차지하나 최근 사드발 후폭풍에 여행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면세 업체 간 유치전이 격화하면서 20% 안팎이던 송객수수료가 40~45%까지 급등해 면세점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부터 면세점에 부과하는 사업권 수수료를 지금보다 최대 20% 늘이기로 하는 등 수익성 악화 요인이 중첩되고 있다. 또 신규 면세점이 강남벨트에 집중된데다 롯데면세점이 월드타워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센트럴시티는 강남 중심지인 코엑스에서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불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5월 명동에 면세 1호점을 운영 중인 신세계디에프는 개점 100일 만에 1일 매출 26억 원을 달성했다고는 하나 9월까지 누적 실적을 보면 매출 1212억 원에 영업손실이 372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30%에 달했다. 1호점 실적에서 보이듯 센트럴시티에 여는 2호점 역시 오픈 이후 당분간은 적자가 예상된다.
이러한 우려는 관세청의 3차 면세점 심사 결과에도 일부 담겨 있다. 이번 심사 결과를 보면 신세계디에프는 주요 세부 평가 항목에서 롯데 및 현대백화점과 10점 안팎의 근소한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재무건전성 및 투자규모의 적정성’ 부문에서는 점수 차이가 컸다. 지속 가능성은 롯데와 현대가 각각 108.33점, 113.00점이었으나 신세계디에프는 72.67점에 불과했다. 또 재무 및 투자규모 적정성은 상위 2개사가 140점 안팎의 점수를 받았으나 신세계디에프는 84.71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