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고장으로 부실 제작 논란이 일었던 KTX-산천의 제작사 현대로템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69억여 원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2부(재판장 권기훈 부장판사)는 한국철도공사가 현대로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현대로템은 청구금액 306억여 원 중 69억 3184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현대로템은 2010년 국산 고속철도차량인 KTX 산천 열차 190량을 코레일에 제작·공급했다. 기존에는 코레일이 프랑스 알스톰 사 등으로부터 차량을 공급받아왔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KTX 산천은 2010년부터 2013년 1월까지 총 64회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고, 코레일은 이 사고로 인해 생긴 손해를 배상하라며 2011년 300억 원대 소송을 냈다. 도착 지연에 따른 환불금과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 동력비 및 인건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재판부는 현대로템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배관 탈락이나 동력전달장치 압력 측정구 탈락 등으로 공기가 새는 등 제작 상 잘못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KTX 산천 열차의 편성 축소가 모두 리콜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1대 내지 2대가 리콜로 인해 공장에 입고됐더라도 나머지 열차를 운행할 수 있었다"며 배상액을 제한했다. 재판부는 사고를 수습한 KTX 직원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기관사의 차량조작 실수 등 코레일의 잘못에 따른 사고도 적지 않게 발생해 언론이나 여론의 비난이 제작 상의 실수 때문만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게 재판부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