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행정처분으로 환수 가능…공적자금 투입된 사기업 대우조선 논란 소지
잘못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절차는 기업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공기업은 경영실적 평가가 잘못된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환수가 가능하다. 이 경우 지급비율을 고쳐 소급 적용하는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대우조선해양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경영목표치를 정해놓고 실무직원들이 예정원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고 공적 자금이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을 사실상 공기업으로 볼 수만 있다면 행정처분으로 성과급 환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법적으로 사기업이기 때문에 법리 구성이 쉽지 않다. 성과급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형사절차를 동원하기도 어렵다. 검찰 관계자는 "(남 전 사장의 혐의를) 배임으로 규정지었는데, 주주들이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소송을 하든지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검찰 단계에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부당이득 소송 '근거 규정' 마련이 관건
행정처분이 아닌 소송을 통해 환수를 추진하는 것은 부당이득 반환소송과 주주대표 소송을 내는 방법이 있다. 부당이득 반환소송은 말 그대로 잘못 지급된 성과급을 부당하게 가져간 것으로 보고 돌려받는 절차다.
하지만 성과급 반환을 위해 실제 이 소송이 제기된 사례는 많지 않다. 부당이득 반환 소송은 상대방의 잘못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잘못'의 기준이 되는 법적 근거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과 매년 체결한 경영평가 업무협약도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클로백(Clawback, 강제환수) 조항이 없고, 업무협약 자체가 강제성이 없어 소송의 근거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도 "근거가 부족하다면 부당이득 반환 소송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이 '공적자금관리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대안도 법을 소급 적용하는 게 정당한가의 문제가 남는다.서울지역의 또 다른 판사는 "노조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주주대표소송은 환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범위가 이사까지지만, 부당이득 반환소송은 특정 대상이 아니라 지급 자체를 문제삼기 때문에 책임자 외에 전직원을 상대해야 한다.
◇주주대표 소송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꼽혀…이사까지 대상 한계
주주대표 소송은 부당이득 반환소송에 비해 요건이 좀 더 수월하다. 대우조선해양 피해자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대우조선해양 주식의 0.01%만 보유해도 주주대표 소송이 가능하다"며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기준은 횡령 같은 범법행위가 아니더라도 임무를 게을리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환수규정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경영진이 회사에 입힌 손실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소송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방법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상법 403조에 따르면 주주대표소송은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회사 역시 소송에 참여할 수 있으며, 상장기업은 최근 6개월간 발행주식의 0.01% 이상을 보유한 소액주주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주주대표소송은 이사까지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김 변호사는 "승소하더라도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공익 차원에서 진행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돈을 직접 돌려받는 게 아니라서 동기부여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 시민단체는 주주대표 소송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개혁연대가 2006년과 2008년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을 상대로 낸 전례도 있다. 당시 법원은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입힌 이들에 대해 각각 수백억원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최근에는 론스타 관련 소송이 주주대표 소송으로 진행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