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구조조정 정국에서 기업들이 아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잔뜩 날을 세우고 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 모두 부실기업의 주채권은행으로 이들 기업에 수조원의 부실 여신을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은이 제외된 것은 산은과 달리 지난해 인력감축 등의 구조조정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28일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금융위원회가 주무부처라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지만 이번에는 산은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자본확충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산은·수은의 해운·조선업 관련 대출액은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조원은 두 은행 자본총액의 60%에 이르는 수준이다. 두 은행의 자본 확충 없이는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산은과 수은의 부채비율(부채 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은 각각 811%, 644%에 달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부실채권 대비 자기자본 비율(BIS비율)도 시중은행보다 낮다. 일반적으로 BIS비율은 15%는 넘어야 안정적이라고 보는데 작년 말 산은은 14.28%, 수은은 10.04%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직원 수는 산은이 3507명에 달한다. 수은은 951명이다.
기재부는 국책은행들이 부실기업에 무리하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자체적인 구조조정 노력 없이 무사안일하게 대출을 일삼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 주는 형태가 계속돼 왔다는 것.
이 관계자는 “과거 구조조정 사례를 보면 돈은 정부가 지원했는데 결국 부실대출을 해준 국책은행들은 아무도 징계를 받지 않고 오히려 부실기업들을 산하에 거느리며 재벌 노릇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수은은 기재부가 주무부처이고 산은은 금융위가 담당한다. 기재부는 산은도 수은처럼 인력감축 등의 노력이 없다면 정부 지원은 없다고 금융위와 산은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기재부를 주축으로 다음 주부터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를 위한 회의를 시작한다. 이날 회의에서 기재부의 이런 입장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