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다툼으로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가처분 신청대상인 서류 일부를 추가로 더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동주(62)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중국 사업 부실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어 소명을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조용현 부장판사)는 27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에 대한 4차 심문기일을 열었다.
가처분 사건은 통상 두 차례 정도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결론을 내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양 측은 중국 사업 부실 의혹을 놓고 서면 제출로 공방을 이어갔고, 지난 21일 신동빈 회장 측이 한 번 더 의견을 말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면서 한 차례 더 심문기일이 열렸다.
신동빈 회장 측은 이날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요청한 자료 12건 중 7건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5건은 중국 종속회사 관련 서류이거나 주식 가치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제출이 불가능하다는 게 신동빈 회장 측 설명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 중요하게 보는 자료를 (자발적으로) 제출하고, 이참에 중국사업 부실 의혹을 털고 가자는 취지"라고도 설명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이미 제출받은 회계자료로도 그동안 제기했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 홍콩과 중국 칭다오 롯데마트 손실에 대한 시각차가 크다는 입장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경영실패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지만, 신동빈 회장 측은 손해를 반영하는 시점에 따라 실제 손실에 비해 손해액 규모가 큰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외에 인타이 롯데에 대한 지급보증이 타당한지, 롯데브랑제리 주식 처분 가격이 적정한지 등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네 차례나 심문기일이 진행된 데 대해 재판부는 "양 측이 강제적인 절차 없이 임의로 이행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이행하고 나머지만 다툼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문기일을 모두 마친 재판부는 오는 29일까지 추가 서류를 제출받은 뒤 다음달 초까지는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한편 롯데쇼핑에 이어 호텔롯데를 상대로도 가처분 신청을 낸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호텔롯데가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본안소송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양헌의 김수창 변호사는 이날 심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정까지 가서 서로 간에 불필요한 논쟁이나 시간을 소모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임의로 넘기라고 공문을 띄웠는데 (호텔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