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업계가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시장조사기관인 영국 우드맥킨지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석유·천연가스 개발과 생산에서 최종 투자 결정이 연기된 건이 68건, 총 3800억 달러(약 46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6개월 전보다 1800억 달러 늘어난 수치이며 중남미 콜롬비아 전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금액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석유업계의 투자 축소에 플랜트와 철강업체들도 신규 수주를 당분간 낙관할 수 없는 등 된서리를 맞게 됐다.
셰브론의 존 왓슨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유가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지금은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만 투자를 한정해야 한다”고 위기 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투자규모를 전년보다 24% 감소한 266억 달러로 책정했으며 전체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6000~7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또 오는 2017년까지 3년간 자산 매각 규모는 160억~210억 달러로 종전 계획보다 최대 60억 달러 확대하기로 했다.
로열더치셸은 올해 투자 규모를 330억 달러로, 기존 계획 대비 20억 달러 감축했다. 또 지난해 12월 7500명 감원에 이어 오는 2월 영국 천연가스그룹 BG 인수가 마무리되면 추가로 2800명을 줄인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유가 하락과 더불어 부패 스캔들로 몸살을 앓는 브라질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는 지난 12일 2015~2019년 5년간 투자액을 기존 계획보다 319억 달러 축소한 984억 달러로 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코노코필립스는 1800명을 감원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기업 로즈네프트와의 합작사 폴라라이츠 지분 50%를 매각했다. 성장전략 핵심으로 기대한 러시아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 BP는 원유와 천연가스 시추에서 생산, 판매에 이르는 단계인 업스트림(Upstream) 부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4000명을 2017년 말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이는 업스트림 인력의 약 17%, 전사에서는 5%에 해당한다.
이날 국제유가는 최근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 유입으로 2% 이상 반등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지난 12일 올해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전망을 배럴당 38.54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전월 전망치에 비해 무려 12달러 낮아진 것이다. EIA는 2017년에야 유가가 배럴당 47달러로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해 유가 약세 장기화는 불가피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