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대통령 시대’에…공기업 여성임원 달랑 2명
어떤 면에선 정부 정책과 국정과제에 발맞춰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할 곳이 공기업이다. 그러나 여성 대통령 시대에도 불구, 여성을 배제한 채 ‘남성천하’를 유지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살펴보면 국내 시장·준시장형 30개 공기업 임원(등기) 156명(2015년 3분기 기준) 중 여성임원은 단 2명이다.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홍표근 한국광물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그 주인공. 전체의 1.28%에 불과하다.
범위를 넓혀 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6명 중 여성은 전혀 없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24곳의 임원 104명 중 여성은 단 한 명(한국철도공사 사장)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12곳의 여성임원 비율 역시 0%다.
여성에게는 승진 문턱도 높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중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경우 여성사원(5~7급)은 47.4%(82명)이지만, 과장급(3~4급)은 12.1%, 부장급(1~2급)은 0%로 줄어든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도 부장급 여성은 단 2명(1급, 2급)으로 0.1%에 불과하다. 인천항만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조폐공사, 해양환경관리공단, 한국남부발전, 울산항만공사 등 10곳에는 아예 부장급 여성도 없다.
◇ 올해 공기업 11곳 여성채용 ‘0명’…여성임원 씨앗도 안 뿌려져
여성임원을 발탁하기 위해선 여성인재를 차근차근 키워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입 채용 단계부터 여성인재 발굴과 육성이 필요한데, 발탁 자체가 거의 제로(0) 수준이니 임원은 어불성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12년부터 지난 9월까지 시장·준시장형 30개 공기업의 여성 신규 채용 및 승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신규 채용 2501명 중 여직원은 490명(19.6%)으로 20%에도 못 미친다. 2012년보다도 5.4%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여성을 채용하지 않은 곳도 총 11개에 달한다. 대한석탄공사의 경우 2012년 이후 여성을 단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여성을 채용한 곳도 그 수는 극히 적었다.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49명을 채용했는데 그 중 여성은 2명(4.1%)이었고, 한국토지주택공사도 신입사원 10명 중 1명만이 여성이었다.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자원공사 등도 여성채용 비율이 16~17% 수준에 그쳤다.
◇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TF…실효성은?
이처럼 공기업 내 남성중심 조직 구조와 문화는 쉽사리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주도로 만들어진‘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TF’에 속해있는 공기업은 23개. 그 중 모범실천 사례로 꼽히는 한국남동발전의 경우 양성평등을 꾀하는 인사평가 규정을 마련해 능력에 따른 승진제도를 마련했지만, 부장급(1~2급 177명)의 여성비율은 0.6%로 10명 중 1명도 안 된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여성 관리자를 확대하기 위해 1~3급 승진 시 경력 점수를 폐지하는 등 제도적 개선을 하고 있다”며 “차장 응시자격도 확대했고, 올해 정기인사에서 3명의 여직원이 차장으로 승진했다. 타기업 우수사례를 참고하면서 여성이 승진심사 시 불이익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성지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장은 “공기업은 항만, 주택, 가스, 철도 등 인프라 기반 산업이 많아 여성 진출이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 따라서 여성 모집단 수가 적다보니 여타 공공기관보다 여성의 대표성이 낮다”면서 “TF 소속 공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여성임원비율이 상승(2013년 3.1%→2014년 8.6%, 2년 연속 집계된 공기업 12개 기준)하고 있지만, 더욱 적극적인 여성관리자 확대계획을 수립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