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일용직 등 임시직 근로자들이 손에 쥐는 월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물론 명목임금까지 모두 뒷걸음질쳤다.
주로 정규직으로 이뤄진 상용직 근로자의 임금 상승 폭은 커져 '임금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모습이다.
1일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임시직 근로자 실질임금은 월평균 128만8천317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30만2천376원)보다 1.1% 줄었다.
고용기간이 1년 미만인 계약직과 일용직으로 구성된 임시직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작년에도 0.5% 줄었는데, 올해 들어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근로자가 손에 쥐는 명목임금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뺀 것으로, 근로자들의 실질적 구매력을 나타낸다.
임시직은 명목임금 상승률마저 마이너스다.
임시직의 지난 1분기 월평균 명목임금은 140만9천32원으로 작년 1분기의 141만6천464원보다 0.5% 줄었다.
임시직과 상용직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모습이다.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직 근로자 실질임금은 지난 1분기 월평균 323만7천166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16만6천114원)보다 2.2% 증가했다.
상용직 근로자 실질임금 상승률은 2012년 3.0%에서 2013년 2.5%, 작년 1.1%로 2년 연속 낮아졌으나, 올해 들어선 상황이 개선됐다.
상용직에는 정규직과 고용 기간 1년 이상 계약직이 포함된다.
상용직의 임금 상승에 힘입어 전체 근로자의 1분기 실질임금 평균은 306만8천634원으로 1년 새 2.5% 올랐다.
실질임금은 보통 고물가일 때 낮아진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6%로, 저물가 기조가 이어졌는데도 임시직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낮아진 것은 질 낮은 일자리라도 구해보려는 취업 희망자들의 경쟁이 임금 상승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둔화 등으로 3∼4년째 청년층, 고령층이 주로 취업하는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도 일용직 일자리가 증가세여서 고용의 질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4월 현재 일용직 근로자는 161만7천명으로 1년 전(153만9천명)보다 5.1% 늘었다. 같은 기간 상용근로자는 1천214만8천명에서 1천244만8천명으로 2.5% 증가했다.
근로 시간이 짧은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나 임시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
통계청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시간제 근로자 수는 209만1천명으로 1년 만에 9.1%(17만4천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규직(1천278만7천명)은 2.4%, 비정규직(601만2천명)은 1.7% 늘어 시간제 일자리 증가율이 월등히 높았다.
상용직과 임시직 근로자의 임금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자 최저임금을 인상해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중소·영세업체의 고용 여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도 중요하지만 임시직의 근로 안정성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근로 계약을 어기는 업체에 페널티를 강하게 부과해 하루에 4시간씩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라 하더라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초만 해도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했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 "최근 실질임금 인상이 매우 미약했기 때문에 기업의 능력이 되는 한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임금 인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정부의 희망사항"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구조개혁으로 선회하면서 임금 인상 등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후속 대책이 미흡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