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기업만 답 아니다” …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 '열기 가득'

입력 2015-03-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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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 현장

▲2015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가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최유진 기자 strongman55@)

“대기업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대기아차 협력사라면 충분히 내 꿈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아요.”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절정이던 25일 오전 검은색 정장을 곱게 입은 인파들이 종종걸음으로 서울 삼성역에 위치한 코엑스로 향했다. ‘2015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서울과 지방에서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코엑스로 향하던 젊은이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준비해온 서류를 읽고, 유리에 비친 자신의 옷 매무세를 연신 확인했다. 채용박람회장 안에선 이미 행사 시작전 1시간부터 푸른색 넥타이와 5cm가량의 힐을 신은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딱 1년전 이 박람회에서 취업에 성공한 하현민 프라코 사원은 올해는 부스를 지키고 있었다. 하 씨는 “대학졸업을 앞두고 입사지원서를 40군데나 냈을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다”며 “눈을 높이는 대신 넓히니 기회가 찾아 왔다”고 말했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구직자들이 협력사들이 내건 채용 게시판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최유진 기자 strongman55@)

현대기아차는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15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현대기아차는 박람회를 통해 협력사들이 채용 설명회와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장소와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협력사에게는 우수 인재를, 구직자에게는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마련한 채용의 장인 셈이다.

이날 박람회에는 대학생부터 고등학생 재취업을 희망하는 경력직들까지 대거 몰렸다. 말끔한 양복에 단정한 머리스타일을 한 구직자들은 총 360개의 부스를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지원할 업체들을 둘러봤다.

올해 대학 졸업반인 김혜리씨는 “이미 온라인을 통해 입사 지원을 했는데, 회사 분위기와 면접시 유의 사항을 꼼꼼히 체크하기 위해 박람회를 찾았다”며 “이른 아침부터 온 만큼 면접에 필요한 실무 정보를 꼭 얻어가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부스를 마련한 협력사들은 구직자들에게 취업의 기회는 물론, 실제 면접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팁으로 알려준다. 서류에 합격하더라도 면접에 가서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영석 프라코 경영지원팀 차장은 “박람회에는 단순히 회사정보를 얻으려 오는 사람보다는 실제 취업을 목적으로 오는 학생들이 많다”며 “이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실질적으로 유용한 팁을 전달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인 프라코는 자동차 범퍼 및 내외장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은 3000억원, 국내 직원 수는 420여명이다. 체코에 현지 공장이 있으며, 이곳에서는 800여명의 현지 직원이 근무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총 40명의 신입사원 중 15명을 협력사 박람회를 통해 채용했다.

이 차장은 “채용 사이트 통해 막연하게 지원하는 구직자보다 박람회를 통해 만나는 구직자들이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다”면서 “올해는 박람회 채용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람회는 구직자 뿐만 아니라 구인에 나서는 중소 협력사들에게도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이날 구직자들은 다양한 현대기아차 협력사 부스를 돌며 채용 정보 등을 공유했다. (최유진 기자 strongman55@)

백미러, 사이드 미러 등을 제작하는 에스엠알풍정은 올해 신입사원 10명 중 절반을 박람회를 통해 선발할 예정이다. 오만부 에스엠알풍정 이사는 “박람회를 통해 직원을 선발하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며 “올해는 이공계 학생들 4~5명 정도를 기술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스엠알풍정은 국내 1위 업체로 현대기아차 외에도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모든 국내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박람회 곳곳에선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번 박람회에선 대졸자 뿐만 아니라 특성화고 학생을 위한 채용전형도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총 30여개 업체가 특성화고 인재를 채용한다. 부스 한켠에는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한 입사지원서 컨설팅도 열렸다. 교복을 입은 발랄한 여고생들의 표정이 내심 진지했다. 직접 쓴 입사지원서를 전문 취업컨설턴트에게 첨삭 받을때는 눈이 말똥말똥 빛났다.

현장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은 아쉬운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기글로벌 통상고등학교 3학년 서형준 학생은 “참여 기업에 비해 고등학생을 선발하는 업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며 “고졸 채용이 지금보다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4회째인 이번 행사에는 부품 및 정비, 원·부자재, 설비 부문 등의 협력사 총 360개가 참여하며 전국 5개 권역에서 차례로 열린다. 이날 코엑스에서 열리는 수도·충청권 박람회를 시작으로 다음달 7일에는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부산·경남권 박람회가 진행된다. 다음달 16일에는 호남권(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24일 울산·경주권(울산대), 5월 8일에는 대구·경북권(대구 엑스코) 박람회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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