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시블 배터리가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박 사장의 말처럼 기술의 발달과 함께 최근 ‘세상을 바꿀 만한’ 배터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배터리는 더이상 직사각형 모양이나 둥근 형태만이 아닌 휘어지고 구부러지며, 상황과 기기의 특성에 따라 변신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삼성SDI, 구부릴 수 있는 전지 공개…종이컵 수준의 굽힘기술 확보= 삼성SDI는 최근 열린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세계 최초로 구부릴 수 있는 배터리를 선보였다. 플렉시블 전지로 불리는 이 배터리는 단순히 커브드 형태를 뛰어넘어, 사용자가 마음대로 구부리거나 둘둘 말 수 있는 단계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삼성SDI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플렉시블 구조설계 기술과 소재기술이 적용됐으며, 이를 통해 삼성SDI는 일반 종이컵 수준의 곡률 범위 내에서 수만 번의 굽힘 테스트 후에도 정상 작동이 가능한 기술 수준을 확보했다.
삼성SDI는 삼성종합기술원과 협업을 통해 플렉시블 배터리의 핵심 기술을 이미 개발하고,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한편 대량생산에 들어가기 위한 공정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SDI가 선보인 또 하나의 차세대 배터리는 캡슐 알약 크기 정도의 초소형 핀 전지로 직경 3.6㎜, 길이 20㎜, 용량 10mAh다. 이는 기존 노트북용 원통형 전지와 비교해 약 80분의 1 수준의 크기다. 핀 전지는 입력기기 등 초소형 사이즈의 배터리가 필요한 다양한 종류의 웨어러블 기기에 에너지원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최소 20mm부터 최대 30mm 길이까지 다양한 사이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지 구조에 대한 특허 및 요소기술을 조기 확보해 배터리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서 웨어러블 시대를 더욱 앞당길 계획이다.
◇LG화학, 휘는 배터리 개발…차세대 폰 탑재= LG화학은 지난해 말 신체 곡률에 따라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케이블 배터리’를 선보였다. 케이블 배터리는 구부리고 감고 매듭을 묶어도 성능이 유지되는 웨어러블 기기에 최적화된 형태의 배터리다. 저전력 설계로 장시간 사용해도 발열이 적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이미 LG화학이 양산에 들어간 ‘커브드 배터리’, 2단 이상 계단구조를 갖는 일체형 배터리인 ‘스텝드 배터리’(Stepped Battery)보다 한 단계 발전한 기술로 꼽힌다. LG화학은 케이블 배터리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특허를 받아 놓고, 2016년 상용화를 목표로 막바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이 케이블 배터리에 앞서 선보인 스텝드 배터리는 2단 이상의 계단구조를 가진 일체형 배터리로, 큰 배터리 위에 작은 배터리가 올려져 있는 형태다. 지난 7월 중국 난징 공장에서 양산을 개시, 현재 LG전자의 해외용 G2폰에 탑재된다.
또한 커브드 배터리는 곡선 형태 IT기기에 최적화된 휘어진 배터리로 스마트폰, 스마트 시계, 스마트 안경 등 곡면 형태의 디자인이 요구되는 IT기기에 적용된다. 곡면 형성 시 물리적 스트레스가 적어 성능 및 안정성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LG화학은 이달부터 커브드 배터리 양산 및 공급을 시작했으며, LG전자의 차세대 스마트폰에 탑재할 예정이다.
◇웨어러블용 배터리 2020년 6조원 규모…차세대 먹거리로 부상= 플렉시블 배터리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수요가 늘면서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 제품이다. 형태가 다양하게 변형되는 배터리의 특성상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스마트안경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 가능하다. 웨어러블 기기가 현재의 스마트폰처럼 경량화, 작은 두께 등으로 경쟁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플렉시블 배터리의 기술개발과 수요가 급속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여기에 사용되는 플렉시블 배터리 시장의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 테크놀로지는 올해 웨어러블 기기용 배터리 시장 매출은 본격적으로 늘어나 6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몇 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해 2018년에는 올해 대비 1200% 가까이 늘어난 77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플렉시블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