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자녀들의 외국인학교 불·편법 입학 정황이 드러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8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장녀의 외국인학교 불법 입학,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차남과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의 두 딸, 정일선 BNG스틸 사장 차녀 등의 편법 입학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영주권 또는 국적을 취득하기 쉬운 싱가포르, 에콰도르, 캄보디아의 영주권·국적을 취득해 외국인학교에 입학했다. 이들 국가는 현지 투자만 하면 영주권 또는 국적 취득이 가능하다.
정의원은 구본능 회장의 장녀의 경우 2009년 1월 사립초에서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로 전학하는 과정에서 영주권이 없었음에도 내국인전형(영주권 입학자격)으로 들어갔다. 구 회장의 가족은 싱가포르 경제에 공헌했다는 공로로 영주권을 취득했고, 구 회장의 장녀는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지 1년 후에 싱가포르 영주권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박정원 회장의 차남은 편법으로 싱가포르 영주권을 취득한 뒤 서울국제학교에 입학했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박 회장은 2004년 두산상사 싱가포르 현지법인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박 회장의 차남은 이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했다.
정몽석 회장의 두 딸은 에콰도르 영주권을 취득해 서울국제학교에 입학했는데, 에콰도르 영주권은 2만5000달러 이상을 은행에 1년 이상 예치하거나 2만5000달러 상당의 주택 또는 토지를 구입하면 취득할 수 있다.
정일선 사장의 차녀는 2006년 1월 정 사장의 배우자와 함께 캄보디아 시민권을 취득했는데, 당시 나이는 7세였다. 정 사장의 차녀는 시민권 취득 2개월 만인 2006년 3월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에 외국인전형으로 입학했다.
정진후 의원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자녀들을 위해 설립된 외국인학교가 사회지도층들의 불·편법 입학 탓에 설립목적이 변질되고 있다"며 "검찰은 구 회장의 자녀처럼 불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더 있는지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육부 역시 2013년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방지 대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외국인학교가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