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국내와 국제평가사로부터 받은 신용등급간 괴리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중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신용평가를 받은 33개 기업의 지난달 신용등급을 조사한 결과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개 기관이 내린 등급은 평균 ‘AA+’인 반면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해외 3개 기관으로부터는 평균 ‘A-’를 받았다.
국내·외 신용평가 등급이 모두 22단계로 돼 있는 점을 근거로, 최상위인 ‘AAA’를 1로 놓고 수치화하면 국내 신용평가사는 1.6등급을, 국제 신용평가사는 6.8등급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내 신용 등급이 해외보다 24% 정도 고평가돼 있다고 풀이된다.
또 국가 신용등급과 궤를 같이하는 공기업과 은행을 제외하고 18개 민간기업으로 좁혀보면 국내 신용평가사 평균 등급은 ‘AA+’(조정수치 2.2등급)인 반면 해외에서는 ‘BBB+’(8.5등급)를 받아 국내·외 간극이 6.3등급으로 더욱 컸다.
국내·외 신용등급 차이가 가장 큰 곳은 최근 20년 만에 ‘AAA’(1등급)에서 한계단 강등돼 ‘AA+(2등급)’가 된 포스코였다. 포스코는 무디스로부터 Baa2(9등급), S&P로부터 BBB+(8등급), 피치로부터 BBB(9등급)를 받아 국내 기관과의 등급 차이가 8등급이나 났다. 국내 평가등급이 해외보다 36%나 높은 셈이다.
GS칼텍스 역시 무디스와 S&P에서 10등급인 Baa3과 BBB-를 받았으나 국내에서는 2등급인 AA+로 8계단 차이가 났다.
이어 현대자동차, LG전자, 에쓰오일, 롯데쇼핑, SK하이닉스, 현대제철 등이 국내에서 AAA(1등급)∼A+(5등급)을 받았으나 해외에서는 BBB+(8등급)∼Ba2(12등급)에 그쳐 7등급의 차이를 보였다.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KT, SK텔레콤, SK종합화학, 이마트, 포스코건설, SK E&S 등은 국내에서 받은 최하 등급이 AA-(4등급)였으나 해외에서는 BBB-(10등급)로 6계단 차이가 났다.
반면 LG화학은 민간기업중에서는 국내·외 신용평가 등급간 간극이 가장 작았다. LG화학은 국내에서 2등급인 AA+를 받았고 무디스에서 A3(7등급), S&P에서 A-(7등급)을 받아 차이가 5등급에 불과했다.
한국의 국가등급이 Aa1(2등급)에서 AA-(4등급)로 평가되는 점에 비춰 민간 기업인 LG화학의 국내외 등급 격차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국내(AAA)와 해외(AA-(4등급)∼A+(5등급)) 격차가 3등급에 그쳤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농협 등 시중은행 역시 국내에서는 모두 AAA(1등급)를 받았고 해외에서는 A1(5등급)에서 A-(7등급)까지 평균 6등급을 받아 5계단으로 차이가 작았다.
한국전력공사, 가스공사, 토지주택공사, 도로공사 등 국내서 AAA를 받은 공기업은 해외에서 평균 5등급(AA-∼A+)을 받아 4계단 차이가 났다.
100대 기업 중 국내 신용 평가를 받은 곳은 78개사였으며, 1등급(AAA)을 받은 곳은 20개로 25.6%에 달했다. 해외에선 1등급을 받은 기업은 전무했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4등급으로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삼성화재해상보험, 현대글로비스 등 8개 회사는 국제 신용평가사에서만 등급을 받았으며 현대중공업,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물산, LG디스플레이, SK네트웍스, 현대오일뱅크, 두산중공업 등 45개 회사는 국내 신용평가사에서만 신용등급을 받아 조사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국내외 신용등급간 차이가 나는 이유는 국내 평가사는 해당 기업의 국내 경쟁력만을 따지기 때문이다. 채무상환 능력을 평가할 때도 모 회사의 지원 등 기업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 대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