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국실장 인사를 마무리하고 이주열호를 본격 출범시켰다. 특히 그는 김중수 전 한은 총재 시절 밀린 통화정책국 출신 인사 4명을 본부로 전진 배치시켜 눈에 띈다. 전임 총재 시절에 발탁됐던 소위 ‘김중수 키즈’의 운명은 엇갈렸다.
한은은 이날 본부 국·실·부장과 지역본부장, 국외 사무소장 총 56명 중 절반 이상인 29명이 자리를 바꾸게 됐다고 발표했다. 작년 상반기 인사 때 27명이 이동한 점에 비춰보면 인사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이 총재 인사의 특징은 통화정책 출신 중용이다. 이 총재는 과거 통화정책국장(과거 정책기획국장), 부총재보(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를 역임하면서 같이 손발을 맞춰본 통화정책 출신의 인물들을 본부 요직에 임명했다. 그 예로는 우선 통화정책국장과 통화정책국 금융시장부장에 각각 임명된 윤면식 프랑크푸르트사무소장과 허진호 대구경북본부장이 있다. 또 김민호 현 통화정책국장을 한은 핵심 직책 중 하나인 국제국장으로 이동시켰다. 순환보직을 통해 그의 정책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통화정책 분야에 오래 기간 몸담은 박성준 제주본부장과 나상욱 광주전남본부장도 각각 공보실장과 발권국장으로 임명, 본부 조직으로 복귀시켰다.
‘김중수 키즈’라 불리던 국장들은 희비가 교차했다. 유상대 국제국장은 이번 인사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뉴욕사무소장 자리에 임명돼 한은 직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뉴욕사무소는 한은 해외사무소 16곳 중에서 국제 경험과 인맥을 풍부히 쌓을 수 있어 전통적으로 가장 인기가 높다. 유 국장은 위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아래 직원들로부터도 신망이 높다. 미국 통화정책의 향방이 올해 금융시장의 최대 이슈인 가운데 유 국장의 어깨가 무겁다.
또 다른 김중수 키즈인 신운 조사국장도 유임됐다. 내달 한은 경제전망이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음에 따라 이 총재가 신 국장을 이동시키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 전 총재가 각별히 아낀 것으로 알려진 성병희 거시건전성분석국장과 이중식 금융결제국장은 각각 대구경북본부장, 인재개발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본부 조직에서 멀어지게 됐다.
한은 관계자는 “국장시절부터 통화정책을 맡아 온 이 총재가 김 전 총재 시절 밀려난 통화정책 출신들을 중용해 통화정책 라인을 많이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달리 주니어 직급이나 전격 발탁 인사 혜택을 본 김중수 키즈들은 한직으로 배치된 모양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전태영 거시건전성분석국 부국장이 국고증권실장에 임명되면서 첫 한은 실장이 탄생했다. 한은 내 여성 중 최고위직에 오른 서영경 부총재는 금융시장부장을 하다가 부총재보에 올랐다. 1965년생인 신임 전 실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한은에 입행해 금융결제국, 발권국 등을 거쳤다.
고졸 출신의 등용도 눈에 띤다. 고졸 출신 입행자인 박이락 국고증권실장이 금융결제국장에, 이금배 재산총괄팀장이 재산관리실장에 각각 임명됐다. 해당 분야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신원섭 발권국장은 전북본부장에, 김태석 공보실장은 경기본부장에 김남영 금융시장부장은 부산본부장으로 발령났다. 은호성 외환업무부장은 포항본부장으로 이동했다. 1급이 주로 가는 지역본부에 은 부장은 현직으로는 유일하게 2급이다.
이 총재는 이번 인사에 ‘김중수 지우기’라는 비판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행내 전산망에 글을 올려 “지난 64년 한은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직원간 불신과 갈등, 그리고 그에 따른 논쟁을 이번 인사를 통해 끝내야 한다”며 “더 이상 인사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