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해외 업체 인수·합병(M&A) 이후 본사를 해외로 옮겨 미국의 높은 법인세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세계 2위 의료기기업체 미국 메드트로닉은 이날 경쟁업체 아일랜드 코비디엔을 429억 달러(약 44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메드트로닉은 인수가로 코비디엔 주식 1주당 93.22달러를 지불하게 됐다. 이는 지난 13일 미국 뉴욕증 코비디엔 종가에 29% 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이다.
WSJ는 양사의 M&A가 미국의 높은 법인세를 피하기 위한 행보라고 꼬집었다. 코비디엔 미국 법인 본사는 메사추세츠주에 있으나 메드트로닉은 인수 이후 본사를 아일랜드에 세우기로 했다. 굳이 아일랜드에 본사를 세우려는 것은 미국보다 법인세가 적은 이점을 노리는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의 법인세율은 3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아일랜드는 12.5%에 불과하다.
메드트로닉은 이번 인수로 미국으로 들여오는 데 따른 세금 부담 때문에 해외에 묶어둔 14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미국에서는 높은 법인세를 피해 해외로 법인을 옮기는 ‘세금 도치’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의료업계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대부분의 의료업체가 해외에 거둬들이는 현금을 본국으로 가져올 때 막대한 법인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제약업체인 화이자가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인수를 고집한 이유 중 하나가 해외에 법인을 두면서 미국에 내야 하는 세금을 낮추려는 의도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메드트로닉처럼 높은 법인세 부담을 피해 해외로 법인을 옮긴 미국 회사가 지금까지 44개에 달하며 이 중 14곳은 2012년 이후 이전을 단행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