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그들의 말은 해명 아닌 뻔뻔한 변명

입력 2014-04-2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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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데 화까지 치밀어 오른다. 안전의식의 문제를 넘어 책임감, 도덕성, 인간성마저 내팽개친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의 모습엔 분노로 몸이 떨린다. 차갑고 적막한 바닷속에서 아이들이 겪었을 두려움과 고통을 생각하면 헉 하고 억장이 무너진다. “어떻게 해 엄마”, “아빠, 아무것도 안 보여요. 사랑해요”, “얘들아,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용서해줘”,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해”…. 침몰의 공포 속에서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가 가슴을 때린다. 생때같은 자식을 차디찬 물속에 둔 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아이 이름만 불러대는 아버지, 어머니들의 절규에 또 한 번 눈물을 흘린다.

대학생 10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당한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채 2개월도 지나지 않아 고교생 30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침몰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그런데 안전행정부 등 정부당국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만을 보여왔다. 사고수습에 전력을 쏟아야 할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은 미숙한 사고 대처는 물론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나서야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피해자 가족과 국민을 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어른이라는 사실이 몹시 부끄럽다. 아이들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당국의 흔들리는 모습에 분통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초기 안행부가 중심이 된 중대본은 세월호의 탑승자, 실종자, 사망자, 구조자 숫자 발표부터 혼선을 빚었다. 사고 첫날 열린 브리핑에서 이경옥 안행부 2차관은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확인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후 합동브리핑에 나선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은커녕 다른 부처, 기관으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볼썽사나운 모습만을 보였다.

안행부 장관의 브리핑 태도와 관련해 언론매체들은 해당부처 관계자의 말을 빌려 “구체적 구조 현황 등에 대해선 장관이 일일이 알 수 없어 실무자들이 답변한 것”으로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계속 바뀐 탑승자, 실종자, 사망자, 구조자 수와 관련해서는 “여러 정부 부처와 민간인들까지 구조 과정에 참여함에 따라 정보가 중복되고 잘못된 정보가 많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보도했다.

해명이라니. 해명은 ‘까닭이나 내용을 풀어서 밝힌다’는 의미로 이 경우 적절치 못한 표현이다.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한다’는 뜻의 변명을 써야 맞다. 잘못이 명확하게 드러난 상황이 아닌가. 해명과 변명은 의미상 큰 차이가 있으므로 반드시 구분해 써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물론 세월호 선장이 사고 이후 내놓은 말들은 구차한 변명과 거짓말뿐이다.

어디 이들뿐인가. 막말을 쏟아낸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상황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송영철 전 안행부 국장, 응급의약품을 밀치고 라면을 먹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 재난·위기 상황에서 부적절한 말과 행동을 한 이들이 어떤 말로 용서받을 수 있을까.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변명은 더 이상 듣기도 싫다. 반성과 진심 어린 애도만이 상처 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참회와 냉정한 성찰 없인 변화를 이끌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정부는 대한민국 대점검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제2의 세월호’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해 주기를 신신당부한다. 촛불을 밝히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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