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24일 오후 10시 쿠알라룸푸르 푸트라월드트레이드센터(PWTC)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자료 분석 결과 실종된 여객기가 인도양 남부에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슬픔과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라작 총리는 "AAIB 조사관들이 영국 인공위성기구 '인말새트(Inmarsat)'의 남·북부 항로 데이트를 분석해 실종 여객기의 비행이 인도양 남부에서 끝났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영국 조사팀이 지금까지는 사용된 적이 없는 첨단 기술을 적용해 실종 여객기의 최후 비행경로를 추적해 MH370편의 항로를 확실하게 밝혀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항공 측은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 베이징에서 탑승자 가족들을 만나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는 이후 진로를 서쪽으로 틀어 말레이반도를 지나 말라카해협 북부에서 레이더에 포착된 뒤 실종됐으며 라오스∼카자흐스탄의 북부항로와 인도네시아 서부∼인도양 남부의 남부항로 중 하나로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여객기가 왜 항로를 이탈하고 고도를 낮춰 인도양 남부까지 운항을 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만큼 당국은 블랙박스를 수색하는 데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블랙박스가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배터리는 약 30일 정도여서 약 15일 내에 이를 찾아야 한다. 현재까지 조종사 등 비행 전문가의 고의적 행위가 개입됐을 것이라는 추정 외에는 아무 단서도 드러나지 않았다.
각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색 작전 속에서도 점점 미궁으로 빠져갔던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건이 17일 만에 극적으로 결론이 난 것은 영국의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막강한 정보력과 최첨단 장비 덕분이다.
세계 최고의 최첨단 인공위성과 레이더 등 가장 정밀한 정보망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지난 14일 '모종의 정보'를 통해 실종기가 인도양 남부로 향했다는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AFP통신은 익명의 해군 관계자를 인용해 남중국해 태국만에 파견됐던 미국 구축함 '키드'가 말라카 해협을 거쳐 인도양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갑자기 사라져버린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수색 작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오늘날 레이더, 위성항법 시스템, 세계적 감시망 등이 구축돼 있음에도 지구의 상당한 면적은 이러한 첨단기술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있다"며 "인류의 기술력이 지구의 일부 영역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영국 항공사고조사국(AAIB) 조사관들이 영국 인공위성기구 인말새트(Inmarsat)의 남·북부 항로 데이트를 분석해 실종 여객기의 비행이 인도양 남부에서 끝났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영구 미제로 남을 뻔했던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실종 사건의 수수께끼가 일단락됐다.
실종기의 최종 경로를 파악한 영국은 세계적으로 막강한 정보력을 자랑한다. 영국 AAIB의 인말새트는 국제해사위성기구로 지구 적도상공 3만5786Km에 위치한 통신위성을 이용해 태평양·대서양·인도양 지역에서 선박과 육상간, 선박 상호간, 육상의 이동지구국간, 항공기와 지상간 위성전화 및 패킷(packet)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 영국은 정밀한 정보망을 보유하고 있는 MI-6 등 비밀정보부를 토대로 전세계에서 정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지난 8일 새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MH370편은 같은날 새벽 1시20분 쯤 민간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실종된 항공기에는 승무원 12명을 포함해 239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번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건은 민간 항공기 장기 실종 기록을 갱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