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크림반도 독립국가 인정 서명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자치공화국의 독립국 지위를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면서 '신냉전'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한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일제히 강력한 대(對)러시아 제재 움직임에 나섰고, 이에 맞선 러시아가 핵감축협정 이행을 재고하겠다는 경고를 보내는 등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정국 혼란이 단순히 우크라이나 내부 분열로 그치지 않고 냉전시대처럼 서방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의 독립을 둘러싼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EU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의 '불법적인' 독립 선언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와 크림자치공을 상대로 강도를 높인 2차 제재를 부과했다.
EU 외무장관들은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러시아인 13명과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 인사 8명 등 모두 21명에 대해 EU 내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등의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이번 제재 리스트에는 러시아의 정치인과 군부인사, 그리고 크림 공화국 정치인이 포함됐으나 러시아 정부의 고위관리는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 인사 등 모두 11명에 대해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등의 조처를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제재는 냉전 이후 가장 광범위한 것으로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 전 총리와 세르게이 글라지예프 고문, 드미트리 로고진 부총리 등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참모나 보좌진 등 측근들이 대상이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귀속을 희망하는 주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바로 크림공화국의 독립국 지위를 인정하고 18일 의회 연설을 통해 크림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하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섰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의 독립주권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크렘린 공보실이 밝혔다. 푸틴은 대통령령에서 "크림의 주민투표 결과를 고려해 크림 공화국을 독립주권국가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8시) 대(對)의회 국정연설을 통해 크림 사태 등과 관련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크림공화국도 의회가 러시아에 귀속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중앙은행 신설을 결의하는 등 우선 독립국의 모양을 갖추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크림 의회는 이날 앞서 독립국가를 선포하면서 유엔과 각국에 이를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크림 의회는 결의에서 "크림을 독립주권국가인 크림 공화국으로 선포한다"면서 "크림 공화국은 유엔과 세계 모든 국가에 크림의 주민에 의해 창설된 독립 국가를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의회는 그러면서 크림반도에 위치한 세바스토폴은 특수 지위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주민투표에 뒤이은 크림 공화국의 독립국가 선포는 러시아로의 귀속을 위한 사전 절차 가운데 하나다. 우크라이나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국으로서 러시아에 편입하겠다는 의미다. 크림 공화국이 러시아로 귀속하기 위해선 러시아 하원과 상원 승인, 그리고 대통령 서명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거진 이후 서방 언론에선 '신냉전'이라는 표현이 급부상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동유럽에서 미국·EU와 공개적 경쟁을 벌이면서 '냉전 2라운드'에 돌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2차대전 이후 이념 대결은 사라졌지만 서방 진영과 러시아의 패권을 둘러싼 정치·외교·경제 대립 양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크림공화국의 독립이 기폭제가 됐다는 것. 이번 크림 공화국의 러시아 귀속은 오바마 정권에는 막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푸틴 크림반도 독립국가 인정 서명과 관련, "오바마에 막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푸틴, 크림반도 독립국가 인정 서명은 핵 없는 세계를 핵심 구상을 내세워온 오바마에게 결정적인 카드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네티즌들은 "푸틴, 크림반도 독립국가 인정 서명, 세계 평화에 그리 달가운 얘기는 아니네" "푸틴, 크림반도 독립국가 인정 서명, 크림은 왜 푸틴 품을 선택했나" 등의 의문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