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이 7분기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한국경제가 지표상으로는 긴 경기침체의 터널 끝을 통과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성장률은 3%에 육박할 것이란 기대감까지 나온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양대 경제 사령탑도 턴 어라운드 등을 언급하는 등 경기가 저점을 다지고 일어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도통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3분기 기업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기업이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환율 등 대외악재로 중소기업의 경기전망에도 다시 먹구름이 꼈다.
2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한국경제가 바닥을 벗어나고 있다고 경기진단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 근거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지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3% 성장했다. 2011년 4분기(3.4%)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 부총리는 27일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연간 성장률은 올 초 예상치 2.7%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경기가 회복국면으로 ‘턴 어라운드’(Turn around)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27일 내놓은 10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달보다 4포인트 오른 106을 기록,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소비자들의 경제상황 인식도 한층 좋아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완연히 투자와 소비 심리를 회복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삼성그룹 내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6.3% 크게 줄었다. SK그룹 내 에너지를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56.7%)을 비롯해 대한항공(-43.26%), 포스코(-37.6%), 기아자동차(-13.1%) 등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기업들의 체감경기와 지표경기와 괴리가 나타나는 것은 ‘착시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3분기 3%대 성장률을 보인 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1.6%)에 1%대 저성장을 기록했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경기회복세가 4분기까지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우선 최근의 원화 강세는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주요 변수다. 최근의 성장세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선 국회에 계류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100여개 이상의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