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항소심에서 새로운 차명계좌를 거론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전주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조 전 청장의 변호인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차명계좌로 알려진 이모씨의 계좌 전체를 권양숙 여사가 썼을 수도 있다”며 “검찰은 권 여사가 계좌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변호인은 최근 이씨를 포함해 2009년 4월 검찰이 압수수색한 수사 대상자들의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을 두 차례 신청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이 재판의 범위를 벗어나고 영장을 재집행하는 것과 같다”며 “이씨 계좌 역시 정 전 비서관의 재판에서 이미 (노 전 대통령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조 전 청장은 1심에서 청와대 여성 행정관 2명의 계좌를 자신이 말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지목했다. 그러나 이날 공판에서는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를 언급한 데 이어 “특정한 계좌를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차명계좌의 존재 여부를 입증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주장을 확대하거나 바꿀 때는 입증할 책임이 피고인에게 있다”며 “검찰에 입증을 촉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이날에도 자신의 차명계좌 발언은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으로부터 전해들은 얘기에 기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임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이 법정에서 허위증언을 했다면서도 (강연 당시) 그의 말을 믿고 발언했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오히려 조 전 청장 자신의 진술이 계속 바뀌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일선 기동대장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는 취지로 말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임 전 이사장을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로 지목했다. 그러나 임 전 이사장이 관련 사실을 부인함에 따라 확실한 발언 출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공판은 2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