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SK 와이번스의 막판 대추격에 밀려 2승에 선착하고도 2경기를 내리 내주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롯데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투혼은 놀라웠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5승 중 4승이 역전승이었다는 사실은 롯데가 쉽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 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박준서와 용덕한이 위기에서 팀을 구해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라이언 사도스키가 부상으로 빠진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운드가 투혼을 발휘하며 최종전이 5차전까지 플레이오프를 끌고 나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5차전에서 먼저 3점을 선취하고도 역전패를 다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롯데는 3점을 선취한 2회초 공격에서 더 이상의 추가점을 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1점을 선취했지만 2사 주자가 없는 상황으로 돌변했고 이 상황에서 롯데는 연속 안타로 2점을 더 올리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이후로도 2사 만루의 찬스가 이어졌지만 강민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아쉽게도 더 이상의 추가점을 올리지 못했다. 채병용의 1구와 2구가 모두 볼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웠다.
사실 강민호는 1회초 공격에서도 2사 만루에 타석에 등장해 4구만에 삼진으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1회와 2회 연달아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음에도 김광현과 채병용을 상대로 적시타를 때리지 못한 셈이다. 강민호는 5회에도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는 수비 장면에서였다. 롯데는 3 : 4로 역전을 허용한 상황에서 계속된 1,3루 위기를 맞았다. 이때 1루주자 최정이 2루 도루를 감행했고 포수 강민호가 2루로 송구한 공은 그대로 중견수쪽으로 흘러버렸다. 유격수와 2루수 중 아무도 베이스커버를 들어오지 않은 것.
준플레이오프에서 홈으로 송구된 공에 눈을 맞는 부상을 당해 어려운 가운데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른 강민호로서는 몸상태가 좋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두 번의 만루 찬스 중 한 번이라도 살렸다면 5차전 경기 결과가 달라졌을 지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롯데 전체 선수들은 물론 강민호 역시 최선을 다했고 그간 통과가 불가능할 정도로만 보였던 준플레이오프의 벽을 통과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올시즌 한 번의 벽을 넘어선 롯데의 내년 시즌은 더욱 기대된다. SK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기록과 함께 삼성 라이온즈와 SK간의 3년 연속 한국시리즈 맞대결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까지 만들어낸 상황에서 롯데의 성장은 다음 시즌을 벌써 기대케 하고 있다. 올시즌은 접었지만 다음 시즌 삼성과 SK, 그들만의 한국시리즈를 끝낼 첫 후보는 롯데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