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의 비크람 판디트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사임했다고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판디트 CEO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 몇 년간 씨티그룹은 발전했다”면서 “지금이 다른 사람에게 경영을 넘길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출신인 판디트는 지난 2007년 12월 씨티그룹 CEO에 올랐다.
마이클 오닐 씨티그룹 회장은 “비크람 CEO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그는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구조조정과 자본 구성 재편 등 씨티그룹을 훌륭히 이끌어왔다”고 밝혔다.
판디트 CEO는 이사회에서도 물러났다.
그의 후임으로는 마이클 코벳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책임자가 임명됐다.
오닐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코벳은 생산성 향상과 책임 부여, 건전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실천적이고 증명된 리더”라며 “그는 우리의 주요 글로벌 사업부에서 계속해서 인상적인 결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존 해븐스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사퇴했지만 후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월가에서는 판디트의 갑작스런 사임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판디트는 금융위기를 무난히 극복했고 씨티그룹의 지난 3분기 실적도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사임 배경과 관련해 의혹이 일자 판디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CEO를 그만두기로 한 것은 나 자신의 결정”이라며 “불화가 있었다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사임은 자신의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이사회가 금융당국 및 주주들과의 불화 등을 이유로 판디트 CEO를 사임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마이클 오닐이 새 회장으로 취임한 지난 4월 이전부터 이사들은 판디트 CEO의 사임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 주주총회에서는 지난 4월 55%의 주주들이 판디트의 보수 인상에 반대했다.
판디트는 또 금융당국과의 관계도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6월 씨티그룹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2’로 강등한 것도 판디트 CEO의 사임에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