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가 11일(현지시간)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사망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12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에 들렀다가 시위대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시위대 수십명은 사건 발생 당시 총으로 무장한 채 영사관으로 몰려들었고 건물에 불도 질렀다.
당시 스티븐스 이외 미국인 직원 3명도 함께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스티븐스 대사의 경호원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리비아 의료진은 스티븐스 대사가 연기 흡입에 의한 질식으로 숨졌으며 복부 출혈 증세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리비아 최고치안위원회에 따르면 벵가지 미국 영사관 바깥에서 리비아군과 무장시위대 사이에 격렬한 충돌도 발생했다. 치안 병력이 영사관 건물 외곽을 지켰지만 무장 세력의 난입을 막지 못했다고 치안위원회는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성명에서 “벵가지에 있는 미국 외교시설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스티븐스 대사 등 4명의 미국인이 사망한 사건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리비아에 있는 미국인과 세계 곳곳의 외교 시설에 대한 안전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정부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공격은 양심에 충격을 주는 사건”이나 “리비아 정책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는 리비아에 해병대 대테러팀을 급파하기로 결정했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에서 “대사를 포함한 미국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벵가지 공관 피습 사건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규탄했다.
리비아 과도정부로부터 모든 권력을 이양받은 제헌의회의 모하메드 알 메가리프 의장은 이날 “미국과 미국인, 전 세계에 사과한다”면서 “범죄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이집트에서도 11일 이슬람주의자들이 주동이 된 시위대 수천명이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리비아와 이집트 등 중동 지역에서 반미 시위가 잇따라 일어난 것은 최근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에서 비롯됐다.
중동에서는 이 영화가 이슬람 창시자이자 예언자인 무함마드(마호메트)를 모욕했다며 격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