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경제의 발전을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잡지는 최근호에서 ‘정상에 도달한 한국 경제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What do you do when you reach the top?)’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한국의 영웅적인 경제 발전 사례가 성공을 추구하는 다른 나라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극찬했다.
전쟁 이후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아프리카 최빈국과 거의 같았으나 올해 말이면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1750달러로 유럽연합(EU) 평균인 3만1550달러를 넘게 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추정했다.
개발원조를 받던 나라가 불과 한 세대 만에 부국으로 도약한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찬사를 보냈다.
한국은 경제 성장과 함께 민주화도 이룩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그 어떤 선진국보다 빠르게 회복하는 유연성까지 갖췄다고 잡지는 평가했다.
이어 “미국의 생활 수준에 근접하려고 한국이 끊임없이 추격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연간 4.5% 성장을 지속하고 미국이 2.5% 성장을 한다면 한국은 미국을 몇년 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국가나 기업이 뒤쫓아 갈 때는 누군가가 하는 것을 보고 그들보다 잘하면 됐다”면서 “한국은 이제 새로운 전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 합류하면서 후발주자의 이점을 잃게 된 만큼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출해야 한다고 잡지는 권고했다.
한국은 우수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네덜란드나 독일의 1.5배에 해당하는 노동을 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지만 향후 근로시간을 줄이고 숙련된 인력을 늘리는 과제가 놓여 있다.
애플보다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삼성전자나 조선업체들을 보면 한국의 재벌은 전체 노동력의 4분의 1에 불과한 인력을 고용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재벌기업들은 부정행위, 분식회계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고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질식시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고 잡지는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재벌들이 벤처업체의 머리 좋은 인재들을 낚아채 평범한 직장인(company man)으로 바꿔놓고 있다”면서 “숲에서 햇빛을 모두 차지하는 재벌이라는 나무 아래에서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다”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 잡지는 최상위층 10%와 최하위층 10% 사이의 소득을 분석해보면 한국은 과거보다 더 불평등해지고 있고 특히 노령인구의 빈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사회적 지출을 늘리는 점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사 말미에 “한국 경제 모델의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한국이 성취한 성과나 지속적인 발전가능성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잡지는 “한국이 구텐베르크보다 2세기 앞서 금속활자를 개발했던 것처럼 내재된 혁신 자질을 끌어낸다면 앞날이 더욱 밝을 것”이라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