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권의 안팎의 모습은 ‘분열’ 그 자체다. 이명박 정부 집권 4년차를 출발한지 한달도 안돼 각종 현안마다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면서 추진 동력은커녕 ‘조기 레임덕’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권 ‘분열의 핵’인 동남권신공항 입지 선정이 ‘김해공항확장’ 결론으로 무게추가 쏠리면서 여권내부는 지역대결을 넘어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야심차게 내놓은 주택안정화 대책의 ‘취득세’ 인하를 놓고 여당 소속 지자체 마저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현 정부가 스스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상황이다.
◇김해확장 가닥…“TK 버리겠다는 거냐” = 동남권신공항의 입자평가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경제성 부족’ 명분으로 ‘백지화’와 함께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거셀 조짐이다.
28일 여권 소식통에 따르면 국토해양부 입지평가위는 그동안 밀양과 가덕도의 경제성 및 사회·환경성 등에 대한 현장실사를 벌인 결과, 두 후보자 모두 경제성이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영남권 공항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김해공항 확장안에 급속하게 무게가 쏠리고 있는 양상이다.
이 같은 수순은 국토부 관계자가 최근 “위원회가 밀양과 가덕도를 선택하는 것 외에 둘 다 선택하지 않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 날 경우 가까이는 4.27재보선, 멀게는 차기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김해가 최대 수혜지역이 되면서 4월 재보선 김해을 선거에서 여권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여권내 유력 대선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TK와 PK(부산·울산·경남) 분리시켜, ‘박근혜 대세론’을 TK로 묶어 둘 수 있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백지화’나 ‘김해공항 확장안’에 사생결단 반발하는 진영은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울산·경남북 의원들이다.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입지선정 발표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백지화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입지선정 발표는 약속대로 밀양, 가덕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밀양, 가덕도에 부적격 판단을 내린다고 해서 사태가 가라앉는 게 아니다”면서 “정부의 발표 연기만 4번이고 최근에 말을 바꾼것도 여러차례로 백지화나 김해공항으로 결론낼 경우 현 정부가 큰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박계는 현 정부의 ‘박근혜 옥죄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영남권 한 친박계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김해확장안이 유력시 검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현 정부가)언제는 경제논리로 (선정을)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정치적 논리로 선정을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TK를 다시는 안보겠다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 의도로 접근할 수밖에 없고, 결국 박근혜를 TK에 묶어두기 아니냐”고 반발했다.
친박계 서상기 의원은 “김해공항 선정은 극단적인 최악의 시나리오로 강한 후유증과 반발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간 우리 입장을 확고하게 전했고, 지금은 시험을 쳐 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 입장으로 결과를 보고 대응하겠다”고 강력 반발을 예고했다.
◇취득세 처리도 ‘산 넘어 산’= 정부와 한나라당의 취득세 50% 인하방침에 대한 반발이 여권 내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4월 임시국회 관련법 개정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이 “취득세율 인하는 발표시점(22일)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면서 “관련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서울시 등 여당 지자체 뿐 아니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마저 ‘지방 세수 부실화가 예상된다’며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도 ‘고소득자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현행 9억원 이하 1주택자 2%, 9억원 초과 1주택자와 다주택자 4%의 주택 취득세율을 올해 한시적으로 각각 1%와 2%로 낮추는 방안에 합의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오는 4월 임시국회에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여당 내부의 반발로 처리는 불투명한 상태다.
행정안전위 소속 김정권(한나라당 간사) 의원은 최근 “취득세 감면이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킬지 의문이라 당정협의 과정에서도 반대했다”며 “지방세수만 축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광역단체에서도 취득세가 지방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이유다.
서울시의회 한나라당 협의회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취득세 50% 인하가 시행될 경우 서울시 2000여억원, 자치구 3000여억원, 교육청 1000여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며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각종 사업과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서민 지원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여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마저 취득세 인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반대 여론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더욱이 서울시보다 세수가 낮은 다른 지방의 경우 타격이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야당 역시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은 강원도지사 후보 합동연설회 자리에서 강원도재정을 예를 들며 “(법안 개정시)강원도의 재정이 3조3000억원인데 2조3000억원이 줄어든다”며 “지방을 죽이고 서울 강남 땅부자를 위하는 이명박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감소분을 정부가 전액 보전해 주기로 한 만큼 관련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