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로 글로벌 증시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3차 양적완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출현하고 있다. 그러나 양적완화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약세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3회에 걸쳐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버냉키 풋' 먹혔다...글로벌 시장 '열광'
② 환율전쟁 결국 미국만 웃는다?
③ 美 6000억달러 공세...신흥국 갈등 고조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양적완화가 외환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달러 약세가 가속화하면서 환율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연준과 달리 유럽에서 추가 경기부양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달러화 매도세를 강화시킨 영향으로 달러는 유로에 대해 10개월래 최저로 추락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4일(현지시간) 유로·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5% 상승한 1.4207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1.4282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1월 2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기도 했다.
달러는 엔에 대해서도 약세다. 달러·엔 환율은 전 거래일에 비해 0.4% 하락한 80.75엔을 기록하며 80엔대에 재진입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8% 내린 75.895를 기록했다. 장중 75.631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준의 양적완화로 달러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적인 완화 조치가 나오지 않자 달러 낙폭이 확대됐다.
연준은 전날 추가 경기부양을 위해 6000억달러(약 66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추가로 공급하는 2차 양적 완화 조치를 단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ECB와 BOE는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취하지 않았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1%로 동결키로 했다고 발표한 후 “다음달 출구전략에 대해 결정내릴 것”이라면서 “긴급 경기부양책 등 통상적이지 않은 조치들은 일시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트리셰 총재는 “우리의 책임과 임무는 물가를 잡는 것”이라면서 “다른 중앙은행들이 취한 조치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리셰 총재가 물가 안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은 미국과의 차별화를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BOE는 기준금리를 연 0.5%로 유지하는 한편 2000억파운드(약 357조5000억원)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파운드화가 달러화에 대해 올해 들어 최대 강세를 나타냈다. CMC마켓은 파운드·달러 환율이 이번주 1.6320달러 이상으로 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운드·달러는 지난해 12월 1.6722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1.6460달러 위로 치솟은 적이 없었다.
제시카 호버센 MF글로벌홀딩스 분석가는 “BOE와 ECB가 기준금리와 자산 매입 규모를 동결한 것이 달러 약세를 부추겨 달러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2년 만기와 5년 만기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 달러 자산의 매력이 떨어져 달러 약세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는 연준의 국채매입 계획에서 장기채 비율이 시장의 예상을 밑돈데 따른 결과다.
마이클 크로허티 로열뱅크오브캐나다 금리 투자전략가는 “연준이 매입하는 국채의 중심인 중기채에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면서 “장기채 매입을 늘린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장기채 포지션을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