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경제가 정국 혼란을 극복하고 다시 성장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수출은 사상 최고를 경신했고 개인소비와 국내총생산(GDP)도 급성장을 기록, 태국 중앙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상향 수정했다.
지난 4월과 5월 수도 방콕에서 벌어진 20년래 최악의 반정부 시위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태국 상업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930억6630만달러(약 10조원)로 성장률과 금액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대기업의 주요 공장들이 몰려있는 만큼 하드 디스크 구동장치(HDD) 등 컴퓨터 관련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93억달러로 수출 전체의 10%를 차지했다.
자동차ㆍ부품은 전년 동기보다 85% 증가한 85억달러였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생산기지에서 픽업트럭 공급이 늘어난 덕분이다.
농산물ㆍ가공품에서는 천연고무가 35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1배 급증했다. 신흥국에서 자동차 타이어 수요가 증가한데다 가뭄까지 더해져 수출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지역별로는 대중 수출이 전년보다 48% 증가한 101억달러로 미국을 제치고 태국의 최대 수출 상대국에 올랐다.
태국 상업부는 올해 수출이 전년도보다 19% 증가한 18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월 개인소비도 전년 동월 대비 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최대 내구소비재인 자동차 판매는 54% 급증했다.
소비심리는 6월까지 3개월 연속 개선됐고 산업생산은 5월 전년동기 대비 17.5% 증가에서 21.3% 증가로 상향수정됐다.
ADB는 반정부 시위에 따른 혼란의 영향이 한정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올해 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에서 5.5%로 상향 수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5.5%에서 7%로, 태국 중앙은행도 4월 예상한 4.3~5.8%를 6.5~7.5%로 끌어올렸다.
태국 콘 차티카와닛 재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연설에서“올해 태국 경제가 수출 확대와 개인소비 증가에 힘입어 8%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6월에는 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달 2년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5%로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는데다 반정부 시위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미미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성장세에 걸림돌도 지적되고 있다. 중부 라욘 현의 마프타풋트 공업단지에서는 현지 주민들이 공해 피해를 호소해 개발 허가를 받은 29건의 투자계획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정부는 올해 안에 공해 피해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황상 공해대책 마련은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회복세를 이어가려면 정국 안정은 물론 공해 대책 마련 등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