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중국의 노무환경이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대만 팍스콘 중국공장에서 연쇄자살사고가 발생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저임금체제가 대대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4회에 걸쳐 중국 노무환경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분석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자살공장’ 된 팍스콘 선전공장
② 中 혼다 파업..저임금구조 변화 시발점되나
③ 韓 기업도 中 노무환경 변화에 비상
④ 中 정부 ‘저임금 정책’ 탈피한다
세계 최대 아웃소싱 전문업체인 대만 팍스콘사의 중국 선전공장에서 일어난 연쇄자살사고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팍스콘사의 중국 선전 룽화단지에서는 올해들어 13명이 투신자살해 그 중 10명이 사망했고 특히 지난주 테리 고우 팍스콘사 회장이 공개사과를 하는 와중에도 2명이 자살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중국 광둥성 왕양 당서기가 “팍스콘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자살에 대해 지방정부와 당 및 팍스콘사가 공동으로 협력해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방지할 것”을 강력히 지시했다고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왕양 서기는 “투신자살을 막기위해 핫라인을 개설하고 안전망을 설치하는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팍스콘사는 왕양 당서기의 지시 이후 중국 공장의 임금을 평균 20%씩 인상하기로 했다.
중국 선전공장에서 일어난 연쇄자살사고에 중국정부뿐 아니라 애플과 휴렛패커드(HP) 등 팍스콘사에 제품생산을 의뢰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우려도 커져가고 있다.
지난 25일 또 1건의 자살사고가 발생한 직후 다국적기업들은 일제히 팍스콘사의 연쇄자살사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선전시에서 열린 자살사고 관련 컨퍼런스에서 왕 서기는 “근무환경 개선과 사용자와 노동자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사기업의 노동조합이 강화돼야 한다”면서 “인간 중심의 경제발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씨티그룹은 팍스콘사의 임금인상으로 회사가 분기당 8400만달러(약 1000억원)의 추가비용 부담을 받아 영업이익이 10~1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팍스콘사의 자살사고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팍스콘사의 근로자 평균임금이 법정 최저임금인 월 900위안에 불과해 대부분의 근로자가 잔업에 대한 직간접적 강요를 받고 있으며 군대를 방불케하는 회사의 엄격한 규율이 근로자의 불만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심리학자들은 팍스콘사의 연쇄자살이 젊은층에서 종종 나타나는 ‘베르테르 효과’와 비슷하다고 봤다.
같은 또래 동료의 자살이 또 다른 자살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팍스콘사 공장 근로자의 대부분이 80년대와 90년대 태어난 젊은 농민공들이다.
전문가들은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젊은 농민공들의 소외감이 더욱 커진 것도 원인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젊은 공장 근로자들은 인터넷이나 TV를 통해 같은 또래 젊은이들의 화려한 소비문화를 접하면서 자신의 힘들고 외로운 생활에 대한 고독감과 소외감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의 리궈루이 심리학 교수는 “중국의 옛날 세대는 고된 작업에 익숙하고 목표도 돈을 버는 것에 집중됐다”면서 “지금의 젊은이들은 이전과 달리 다양한 욕구를 갖고 있지만 선전공장의 근로자들은 이를 분출할 통로가 제한됐다”고 밝혔다.
팍스콘 공장의 연쇄자살사고는 중국의 노무관리가 대량생산 시대의 효율성 중시형에서 벗어나 근로자 각자의 욕구와 불편사항을 섬세하게 살펴 문제를 해결하는 선진국형 노무관리로 탈바꿈할 필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