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국발 신용위기에 이어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 이른바 3대 위기 사태가 잇따르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에 대한 비난도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자본시장을 좌우했던 신평사들이 방만한 경영과 무책임한 평가로 위기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3회에 걸쳐 신평사의 역사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향후 과제를 진단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글로벌신평사 성장과 오욕의 역사
② 신평사는 왜 비난을 받는가
③ 봄날 간 신평사...앞날은?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이어 최근 유럽 재정위기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가 휘청이면서 신평사들이 제대로된 평가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평사의 문제는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부터 지적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를 불러온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에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해 글로벌 경기침체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평사들은 국채나 회사채의 등급을 매기는 대가로 평가 대상으로부터 수수료을 받아 챙긴다는 점에서 평가 과정의 적절성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신평사들은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채무 국가들의 등급을 뒤늦게 반영해 유럽 재정위기를 조장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기업과 금융권은 물론 국가 경제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심판관이기는커녕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신평사들의 평가 잣대는 법정에 서게 됐고 검찰 수사 대상으로 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최근 신평사들의 신용평가 오류에 불만을 품은 제소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의회에서는 이들의 위치를 규제하는 법을 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대 신평사에 대한 소송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며 현재 신평사들의 등급 산정과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이 30개에 이른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신평사들이 소송에서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신평사들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계속되는 기각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송의 경우 사전평결에서도 끝나지 않아 배심원들의 평결까지 가거나 거액의 합의금을 주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의회의 금융산업 개혁법안도 신평사를 압박할 만한 중대한 규정들을 추가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상원을 통과한 개혁법안은 은행이나 보험사, 머니마켓펀드(MMF)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신평사로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은 주식이나 채권만 살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관투자가들은 앞으로 증권을 구입할 때 자체 평가 비중을 높여 신용평가 업무를 무조건 3대 신평사에 의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은 더욱 강력한 규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다음달 신평사를 직접적으로 감시할 기관을 출범시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표한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시장 내에서 3대 신평사들의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신평사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들어 미국 주거용 모기지담보증권(MBS)에 대한 신평사들의 등급산정에서 캐나다 신평사 DBRS가 62%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DBRS의 MBS 평가 점유율은 3%였지만 3년 만에 21배 상승한 것이다.
반면 93% 점유율을 기록했던 S&P는 62%를, 74%와 58%를 기록했던 무디스와 피치는 각각 5%와 9%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