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유럽발 재정폭탄의 도화선이 재점화하고 있다.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긴축이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좀처럼 해결책을 찾기 힘든데다 결국 유로존이 붕괴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의 재정위기 사태와 관련 더블딥 가능성과 외환시장을 비롯한 경제현황을 4회에 걸쳐 분석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유럽 재정폭탄이 더블딥 폭탄으로
② 바닥뚫린 유로화 추락 어디까지
③ 유럽 경제 디플레 악령 덮치나
④ 갈팡질팡 유로 지도자들 어디로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시장 안정책을 발표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과도한 경계심은 일단 후퇴한 것처럼 보였지만 시장의 동요는 멈출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혼란이 가라앉지 않는 데에는 유로존 내 정치 지도자들이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발언들도 한 몫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럽의회 내 3대 정파인 자유민주당그룹(ALDE) 대표 기 베르호프스타트 전 벨기에 총리는 16일 한 네덜란드 방송에 출연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가벼운 언행에 일침을 가했다.
베르호프스타트 전 총리는 "지금은 유럽의 지도자들이 재잘거림을 멈춰야 할 때"라며 지난 14일 메르켈 총리가 행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메르켈 총리는 14일 한 TV 대담 프로에서 "유럽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재정위기 탈출과 경기 회복의) 성공은 아직 보장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해 주가와 유로화 하락을 부추겼다.
여기다 지난 주말에는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가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 주말 브뤼셀에서 열린 7500억유로 규모의 지원기금마련 회의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독일이 유럽연합(EU)의 지원책을 지지하지 않으면 프랑스가 유로를 이탈할 수도 있다"며 독일의 참여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유로존 분열 우려가 증폭되면서 14일 유럽 증시는 한 주간의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는 한편 유로화 가격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유로존 이탈 발언의 진원지로 알려진 스페인의 로드리게스 샤파테로 총리는 다급하게 근거 없는 보도라고 일축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리스의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 등 그리스 정부 당국자들 역시 가벼운 입방아로 국제 사회에서 미운 털이 박힌 지 오래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15일자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재정위기의 진앙지인 그리스 정치 지도자들의 언행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트리셰 총재는 "그리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지체했다"고 지적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 국민과 국제 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부채 상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유로존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유로존의 지원을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상황이 다급해지자 "유럽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유로존 회원국들을 압박하는 등 변덕스러운 언행으로 혼선을 빚었다.
ECB의 위르겐 슈탈크 전무이사는 "ECB의 유로 하락 방지 조치는 단순한 시간벌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유로를 안정시키려면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의 재정관리와 경제개혁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EU의 '재정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에 위반하는 나라에 대해 자동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베르호프스타트 전 벨기에 총리도 위기의 재발을 막으려면 EU 차원의 확고한 재정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각 3%, 60% 이내로 제한하는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의 엄격한 적용을 촉구했다.
현재 EU는 재정위기 재발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각국의 예산을 상호 사전심사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EU 정상회의에서 정식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 관계와 맞물려 순조롭게 의견이 모아질 지는 미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