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00조원 규모의 구제금융기금 마련으로 유럽발 악재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떠오르고 있지만 일본은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부채는 900조엔에 육박하고 있는데다 총리 사임 압박이 높아지는 등 정치 역시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 3회에 걸쳐 일본 경제·정치·사회 문제점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빚공화국' 일본
② 日 정계도 어수선...하토야마호 위기
③ 고질병에 시달리는 일본사회
하토야마 총리가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의 해결 시한을 당초 공언했던 5월 말에서 6월 이후로 연장해 신뢰성에 또 한 번 금이 갔기 때문이다.
이는 후텐마 이전 문제를 5월 말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게 되면 하토야마 총리가 퇴진을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각료들이 이를 막기 위해 마감시한 연장을 적극 주장한데 따른 결과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10일 후텐마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각료회의를 열었으나 정부를 제외한 이해당사자들이 기존 미일 합의안을 수정한 분산 이전안에 반대하고 나섬에 따라 해당 지역 주민들과 미국의 동의하에 마감시한을 연장했다고 교토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회의에 앞서 "5월말까지 결론을 내기로 한 약속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이달 말까지 미국과 오키나와 현민의 동의를 얻어 문제를 완전히 매듭짓겠다는 당초 강한 모습에서 상당히 약화된 것이다.
앞서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달 23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후텐마 문제 해결을 약속대로 5월말까지 이행하지 못할 경우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7∼9일 요미우리신문이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은 24%로 발족 직후인 지난해 9월 75%에 비해 5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최고 하락폭을 기록했던 자민당 미야자와 내각(1991∼93년)의 46%포인트도 크게 앞지르는 것이다.
신문은 "일본에서 내각지지율 30%에 미달하는 정권은 과거 사례를 볼 때 선거에서 대패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우노 내각은 참의원 선거가 있었던 지난 1989년 6월 지지율이 22.8%였고 1998년 하시모토 내각은 29.2%의 지지율로 참의원 선거에 임했으나 두 정권 모두 대패한 바 있다.
최근에도 아소 다로, 후쿠다, 아베 내각이 지지율 30%가 무너진 이후 총선에서 패배하거나 퇴진했다.
이에 따라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은 하토야마 내각은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홍역을 치를 것으로 신문은 내다봤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후텐마 이전안에 대해 66%는 '공약위반'이라고 응답했고 5월말까지 후텐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하토야마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은 51%로 조사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테레비도쿄가 지난달 23~25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월말까지 후텐마 이전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하토야마 총리가 퇴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57%로 '퇴진할 필요가 없다'(36%)는 응답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지난달 17~18일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하토야마 총리가 약속대로 후텐마 문제를 5월말까지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물어나야 한다는 응답률은 각각 51%와 53%였다.
앞서 지난달 초 요미우리신문과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는 후텐마 문제 미해결시 사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각각 49%와 47.1%였다.
현재 일본 정부는 후텐마 기지의 헬리콥터 부대 등 50% 이상의 기능을 가고시마 현 도쿠노시마로 옮기고 나머지는 오키나와 현 미군기지 캠프 슈워브 육상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오키나와와 도쿠노시마가 이에 모두 반발하고 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후텐마를 100%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도쿠노시마 주민들은 미군 기지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당사국인 미국 역시 기존 미일 합의가 최우선이라며 분산이전 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토야마 총리의 사임 이유는 후텐마 이전 문제뿐만이 아니다.
현재 민주당 실세인 오자와 간사장은 정식 직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반면 하토야마 총리는 이에 눌려 국정 운영을 주도하지 못하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마이니치신문은 존 루스 주일 미국 대사가 지난달초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을 비밀리에 만나 "하토야마 총리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오자와 간사장이 지지율 만회를 위해 하토야마 총리 끌어내리기에 나섰음을 시사한다.
여기에다 하토야마 총리는 국제 무대에서의 외교적 위상도 추락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인기 칼럼을 통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핵안전보장정상회의에 참석한 36명의 정상 가운데 하토야마 총리를 '최대 패자'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당시 하토야마 총리는 양국간 현안이었던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를 거론하려 했으나 단 10분만에 회담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 또한 WP의 보도를 전하면서 하토야마 총리가 일본의 대표로서 외교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