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경기 악화에 정권심판론 힘 받을라
“경제 추락 시 해리스 당선 확률 낮아져”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줄곧 과열된 상태였지만 최근 들어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7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은 11만4000명 증가로 시장 전망인 17만6000명을 크게 밑돌았고 실업률은 4.3%로 거의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때 극심한 인력난을 호소하던 기업들은 손쉽게 일손을 채우고 있으며, 채용은 급격히 둔화했다. 임금 상승률 역시 둔화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경기침체의 시작으로 해석하긴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7월 초 텍사스 등을 강타한 허리케인 베릴이 일시적으로 일자리 증가세를 꺾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일자리를 잃은 사람보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실업률이 상승했을 가능성도 짚었다. 다만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축적된 데이터는 노동시장이 눈에 띄게 냉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동안 과열 상태로 큰 혜택을 봤던 흑인과 여성들이 다시 노동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25세~54세 여성에서 취업 중이거나 구직 중인 사람 비율은 5년 전 75.8%에서 최근 77.9%로 높아졌다. 25~54세 흑인 고용률 역시 2019년 7월 75.2%에서 올해 7월 77.9%로 높아졌다. 하지만 노동시장 냉각이 가속화할 경우 이러한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고 WSJ는 경고했다.
이는 바이든 정부의 ‘바이드노믹스’ 성과와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예상치 못한 역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자신의 정책적 성과로 자랑해왔으며, 흑인과 여성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으로 꼽힌다. 또한 유권자들의 체감 경기가 나빠지면 현직 대통령이나 소속 정당에 대한 정권심판론이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5% 미만의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볼 때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몇 년간의 추이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WSJ는 짚었다.
전문가들 역시 노동시장 둔화가 향후 몇 달 안에 경기침체로 이어지면 대권 경쟁 구도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 당시 고문을 지낸 경제학자 마크 서머린은 “말할 필요도 없이 경제가 반전되면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은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