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사건으로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주민 30명이 부상 당한 가운데 불이 시작된 3층에 노부부가 무단 거주 중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현장 합동감식 결과 화재는 부주의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SBS ‘모닝와이드 3부’ 등에 출연한 리포터 김나한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화 지점이었던 3층 세대에 대한 이웃 주민들의 목격담을 전했다.
김나한은 “화재 원인을 놓고 주변에서는 이상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3층에 사는 노부부는 주변과 교류가 없었다는데, 평소에 조금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김나한에 따르면 노부부는 평소 창밖으로 물을 버리는가 하면, 창문과 창문 너머 추락 방지를 위한 난간에 장문의 글을 써놓은 쪽지를 붙여놓고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거주한 집은 최근 경매로 넘어가 퇴거 명령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 집에는 “상기 부동산은 10월 10일 경매 낙찰 후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었으며, 현재 무단 거주 중”이라며 “현재 법원의 인도명령 절차 중이며, 조속한 퇴거를 하십시오”라고 적힌 안내문도 부착돼 있었다.
김나한은 “(노부부가) 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까, (주민들은) 단순 불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해 불이 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상황”이라며 “너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화재 원인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오전 4시 57분쯤 도봉구 방학동의 27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외벽을 타고 위로 순식간에 번졌으며, 계단을 통해 연기가 퍼지면서 피해가 컸다.
이에 2명이 숨지고 주민 30명이 다치거나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당했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 중 1명인 박모(33) 씨는 4층에서 자녀를 끌어안고 창밖으로 뛰어내렸으나, 머리를 심하게 다쳐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끝내 사망했다. 함께 뛰어내린 아내와 아이는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망자인 임모(38) 씨는 10층 거주자로 가족들을 모두 대피하도록 한 뒤 마지막으로 집에서 탈출했지만, 1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소방·한국전기안전공사 등으로 이뤄진 합동감식팀은 2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20분께까지 21명을 투입해 화재 현장에 대한 감식을 진행했다. 감식팀은 아파트 301호 작은 방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과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경찰 관계자는 합동감식 후 현장에서 나온 결정적 증거물을 입수했으며 이를 토대로 인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전기 기구의 오작동이나 누전 등에 의한 전기적 요인이나 방화로 인한 발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 외 다른 요인도 모두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정적 증거물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남은 조사에서 관련자 진술이 변경될 수 있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