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급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 통화가치의 변동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CNN은 최근 월가에서 달러 가치 급등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이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는 지난해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2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인플레이션 둔화에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 지표들이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사투가 여전하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최근 저점 대비 4% 급등해 7주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갑작스러운 달러 강세는 증시는 물론 국제 무역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해외 바이어 입장에서는 수입이 감소하게 돼 결과적으로 글로벌 무역이 약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기업들 역시 달러 강세가 달갑지 않다. S&P500지수의 모든 편입 기업이 매출의 약 30%를 미국 밖 시장에서 벌어들인다.
달러 가치가 오름세를 보였던 지난달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4.19% 떨어졌다. S&P500지수와 나스닥은 한 달 새 각각 2.6%, 1% 넘게 하락했다.
퀸시 크로스비 LPL파이낸셜 수석 전략가는“달러화가 또다시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있다”면서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경제 지표에 의존하는 사이 달러 가치가 여전히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조치에 좌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부채 한도 문제도 달러 가치 급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CNN은 미국 의회에서 부채 한도를 올리는 것에 대해 기한 내에 합의하지 않으면 당장 올여름이나 초가을에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으며,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즉 부채한도 협상이 실패할 경우 달러 가치는 더욱 오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기준금리 인상 폭을 두고 여전히 연준 위원들 사이의 발언은 엇갈린다. 라파엘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p)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연준 웹사이트에 게시된 발언에서 “고용과 소비지출 등 경제지표가 강세를 보일 경우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엔화 가치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연준이 경제 지표 호조에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은 우에다 가즈오 신임 총재 체재 하에서도 속도감 있게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 지명자는 지난달 24일 중의원(하원)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일본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금융정책은 적당하다”며 “금융완화를 계속해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괴리만큼 금리차이도 더 커지게 되고, 저금리에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도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닛케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날 경우 엔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엔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