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미분양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분양 물량은 한 달새 1만 가구 이상 폭증하면서 6만 건 수준으로 치솟았다. 11월에만 1만 가구 이상 늘면서 지난해 말 통계가 나오면 정부가 미분양 ‘마지노선’으로 정한 6만2000가구를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정부의 추가 규제지역 완화를 포함한 미분양 대응책이 이르면 이달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072가구로 전월 대비 22.9% 증가했다.미분양 주택은 한 달 만에 1만810가구 늘면서 2018년 12월(5만8838가구)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미분양 주택은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증가했다. 서울에선 지난해 11월 기준 미분양 주택이 총 865가구로 전월 대비 한달사이 1가구 줄어드는 데 그쳤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 단지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 전용면적 23㎡형으로 총 216가구 중 162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에만 7차례 추가 청약을 진행하고 최초 분양가 대비 15% 할인해 1억 원 이상 저렴하게 분양해도 좀처럼 주인을 못 찾고 있다.
인천도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로 미분양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토부 통계 기준, 인천의 지난해 11월 미분양 규모는 2471가구로 전월(1666가구) 대비 48.3%(805가구)나 늘었다.
인천광역시청 미분양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미분양 단지는 송도신도시가 속한 연수구와 영종국제도시가 있는 중구에 몰려있었다. 전용 면적별로는 전용 60~85㎡형이 10월 746가구에서 11월 1533가구로 787가구 늘었다. 소형 평형이 아닌 전용 59㎡형과 전용 84㎡형 등 수요가 많은 평형에서도 대거 미분양 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지방 광역시 가운데선 대구의 미분양 적체 현상이 가장 심각하다. 대구지역 미분양 주택 물량은 총 1만1700가구로 전월(1만830가구) 대비 8% 늘었다. 대구시청 자료 기준으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수성구(3107가구)로 집계됐다. 달서구도 2388가구에 달했고, 북구는 한 달 만에 805가구 늘어난 1514가구로 나타났다.
이렇듯 전국에 미분양 물량이 우후죽순 늘어나자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한 부동산포럼에 참석해 “전국 기준으로 미분양 아파트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보는데 현재 매달 1만 가구씩 미분양이 늘고 있다”며 “예상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심각한 만큼 규제 완화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미분양 해소 정책으로는 서울 내 규제지역 완화 등이 유력하다. 원 장관은 해당 포럼에서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에 거래 단절 여파가 미치고 있어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며 “대출 등 규제를 완화하면 실수요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도금대출 상한선인 ‘12억 원’을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앞서 둔촌주공 재건축 청약 당시 분양가 12억 원이 넘는 평형은 중도금대출이 막혀 청약 경쟁률이 저조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정부는 이달 추가 규제 완화를 시행하겠다고 공표한 만큼 해당 방안을 포함한 내용을 이달 대책 발표 때 발표할 전망이다.
다만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규제지역 해제는 수도권에 이뤄지는데 현재 미분양 물량이 많은 곳은 지방으로 성격이 다르다”며 “기준금리 수준이 높고, 거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아 규제 해제가 미분양 해소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