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세 시장이 끓고 있다.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강화되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가 매매 대신 월세 시장으로 다수 쏟아져 나와서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계약 비중이 몸집을 불리고 있는 만큼 월세 또한 시차를 두고 서울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아파트에서 비아파트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18.0으로 전년 동기(110.8) 대비 7.2포인트(p) 올랐다. 95.86m²(이하 전용면적)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는 2015년 12월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약 9년 만의 최대치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 상승 폭도 크다. 지난해 10월(113.1)보다 6.5포인트 상승한 119.6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경기와 인천 월세지수는 120.7과 119.6으로 각각 전년 동기(114.6, 113.1) 대비 6.1포인트, 6.5포인트 높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94㎡는 지난달 2일 보증금 8억 원, 월세 500만 원(12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9월 동일 평형 13층이 보증금 5억 원, 월세 4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주 사이 보증금은 1억 원, 월세는 100만 원가량 올랐다.
인근 은마아파트 84㎡ 매물은 지난달 5일 보증금 5억 원에 월세 175만 원(6층)으로 새로운 세입자를 맞았다. 7월 동일 평수가 보증금 5억 원, 월세 90만 원으로 계약된 것을 고려하면 두 달 사이 월세가 약 2배 상승한 셈이다.
한 달 월세가 2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월세’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조사 결과 올 1~9월 서울의 2000만 원 이상 초고가 월세 거래는 총 13건이었다. 강남구 ‘아이파크’ 195㎡는 보증금 5억 원, 월세 2200만 원(29층) 세입자를 들였다.
올해 전국에서 초고가 월세 거래가 가장 많았던 단지로 꼽힌 성동구 ‘트리마제’에서는 또 한 번의 고가 월세 계약이 이뤄졌다. 152㎡ 매물이 보증금 1억5000만 원, 월세 2000만 원(8층)에 계약된 것. 이 단지 200㎡는 5월 보증금 3500만 원, 월세 3500만 원에 세입자를 맞기도 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의 월세 비중도 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월세 거래량은 1만9738건이었다. 전체 임대차 거래 중 41.9%가 월세로, 전월(35.9%) 대비 6%포인트 늘었다.
정부의 대출규제가 유주택자뿐 아니라 전세 수요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실수요자들의 시선이 월세에 몰리고 있다. 지금처럼 월세가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경우 비아파트 시장과 수도권 외곽까지 오름세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9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월세통가격지수 101.82로 전월(101.67) 대비 0.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오피스텔 월세지수는 8월(101.21)보다 0.13% 뛴 101.34를 기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가계부채 폭증에 따른 대출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거주 목적의 임대차 계약자들의 혼란이 커졌다”며 “향후 전세대출 상품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같은 대출규제가 적용될지 모른다는 소문들이 무성한 만큼 규제에 따른 월세 시장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