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불안·러시아 판매 급감·에너지 가격 상승 원인
러시아 가스 공급 끊기면 더 큰 문제
독일, 일자리 4개 중 1개 수출업에 의존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독일 연방통계청은 이날 5월 수출이 전월 대비 0.5% 감소한 반면, 수입은 2.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무역적자는 10억 유로(약 1조3532억 원)를 기록했다. 독일이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한 건 동독과 서독이 통일한 이듬해인 1991년 이후 처음이다.
무역적자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지속된 요인이 컸다. 독일 상공회의소의 볼커 트라이어 대외무역 책임은 “수출업체들이 공급망 문제로 인한 비용 증가를 글로벌 고객들에게 전가할 수 있는 여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수출 침체가 시작됐다”고 총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에서 판매되는 독일 제품이 줄어든 것도 적자 원인 중 하나다. 지난 수년간 러시아는 독일 제조업체들이 활발히 사업을 펼치는 대규모 시장이었지만,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최근 현지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50% 넘게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일자리 4개 중 1개가 수출업에 의존하는 독일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NYT는 경고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리는 역사적 도전에 직면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고 공급망이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혼란을 겪고 있어서 위기가 몇 달 안에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향후 독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경우 무역을 넘어 독일 경제 전반적인 상황이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경제는 러시아 가스 공급 둔화로 인해 새로운 충격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을 현 수준보다 훨씬 높이고 독일을 경기침체 임박 수준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러시아는 유지보수를 이유로 독일과 자국 사이를 잇는 송유관 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트림1 공급량을 60% 감축한 상태다. 또 11일부터는 약 2주에 걸쳐 추가 작업을 위해 공급을 아예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이번 기회에 독일 파이프라인을 아예 옥죄려는 것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이유로 독일은 최근 국가 가스 비상공급 계획을 2단계로 격상했다. 마지막 3단계로 넘어가면 독일은 가스배급제를 시행하게 된다.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아직 잘 느껴지지 않더라도 우린 가스 공급 위기에 처해있고 상황은 심각하다”며 “가스는 이제부터 희소품으로, 이는 산업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들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