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 직접 날아갔지만, 미크로네시아 등 거절
우크라이나 전쟁 후 지정학적 부담 커진 탓...호주 견제도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피지에서 남태평양 섬나라 10개국과 외교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안보와 경제협력을 도모하는 ‘포괄적 개발 비전’ 합의를 유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이번이 중국과 섬나라들이 가진 두 번째 회의였지만, 미크로네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가 중국의 제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일부 태평양 국가들은 어느 편에 서는 것 자체를 의식하는 상황이다. 통가와 파푸아뉴기니 등 중국과 소규모 양자협약을 체결한 국가들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의 경제 회복과 농업 개발 등 경제협력 내용은 협약에 포함했지만, 국가 치안 개선과 고위급 경찰 훈련 지원 등 안보와 관련된 내용은 거절하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중국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카리브해의 개도국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이 태평양 섬에서 활동적인 이유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고까지 얘기했지만, 중국이 경제 협력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이 팽배하다.
더군다나 호주까지 최근 들어 이들 섬나라에 공개적으로 구애하면서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호주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섬나라들이 자칫 중국과의 협력을 군사력으로까지 확장할 경우를 경계하고 있다. 호주 해안에서 이들 나라까지의 거리는 2000km가 채 되지 않는다.
호주는 현재 미국과 일본,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구성한 쿼드(QUAD)와 미국ㆍ영국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태평양을 놓고 벌이는 중국과의 경쟁에도 동맹국들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CNN방송은 태평양 국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일본, 뉴질랜드가 지난달 중국과 안보 협정을 체결한 솔로몬제도에 우려를 표했다”며 “이에 몇몇 국가들은 중국과의 협정을 연기하거나 수정하기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불발된 합의는 불투명한 절차 속에 서둘러 진행됐을 수 있다”며 “우리는 태평양 국가들이 중국으로부터 보안 병력을 수입하는 게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