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과 강원 등 지방 아파트 갭투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6개월간 경남 김해시와 강원 원주시, 경북 구미시 등 지방 중소도시 위주로 갭투자가 급증했다. 또 지방 도심 내 시세 1억 원 미만 아파트 단지를 겨냥한 갭투자도 많이 늘었다. 자칫 집값 하락이 심해지면 갭투자로 부풀려진 가격이 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갭투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경남 김해시로 집계됐다. 김해 내 갭투자는 633건으로 전체 거래의 14.2%가 갭투자였다. 이어 강원 원주시 535건(12.2%), 경북 구미시 459건(14.9%)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갭투자는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는 ‘무(無)갭투자’에 집중됐다. 올해 들어서 아파트 거래가 많이 줄었지만 자본금이 거의 들지 않는 무갭투자는 계속되고 있었다.
이날 기준 경남 김해시 구산동 ‘광남백조’ 전용 60㎡형 직전 실거래가격은 1억4500만 원(3일)으로 조사됐다. 같은 평형 전세 실거래가격은 1억2500만~1억3500만 원이다. 투자금 2000만 원만 있으면 전세를 안고 집을 계약할 수 있는 셈이다.
아예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마이너스 갭투자’ 거래도 줄을 이었다. 강원 원주시 단계동 ‘세경3차’ 전용 59㎡형 한 가구는 지난 3일 8700만 원에 손바뀜한 직후 5일 1억1500만 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이 단지는 총 420가구 규모로 최근 3개월간 갭투자가 13건이나 발생했다.
특히 이런 마이너스 갭투자는 시세 1억 원 미만 아파트에 집중됐다. 최근 6개월 동안 갭투자 매매가 가장 많이 늘어난 아파트는 충남 천안시 동남구 ‘초원그린타운’으로 전체 거래의 28%(52건)가 갭투자였다. 지난달 이 단지 전용 39㎡형은 11일 7950만 원에 거래된 이후 15일 150만 원 더 비싼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갭투자가 늘어난 단지 2위 충북 충주시 ‘세경아파트’와 3위 충남 아산시 ‘배방삼정 그린코아’ 역시 시세 1억 원 안팎으로 마이너스나 무갭투자가 집중됐다.
갭투자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적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집값 상승기에 주로 행하는 부동산 투자법으로 일정 기간 이후 집값이 상승하면 매도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올해 상반기까지 김해와 원주 같은 갭투자가 급증 지역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집값 상승 폭이 전셋값 상승 폭보다 높아 갭투자에 불리한 조건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세가율은 2018년 1월 68.6에서 줄곧 하락해 지난해 12월 63.8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대출 규제가 시작되고 기준 금리마저 줄줄이 인상을 예고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런 기조가 계속될 예정이어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오르고, 전세가율이 올라 갭투자가 활성화되기 좋은 조건이 된다.
더욱이 오는 7월 말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전세 계약을 더 한 임차인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전셋값이 더 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셋값이 치솟고 매매가격이 제자리걸음을 계속하면 갭투자가 급증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밖에 법인과 외지인의 투기성 갭투자도 성행하고 있어 실수요자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를 매수한 법인과 외지인 거래 비중은 29.6%에서 51.4%로 치솟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거래 금액 가운데 임대 보증금 비율이 높아 앞으로 집값 하락 시 깡통전세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