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년 인류 역사상 장기적 쇠퇴기는 처음”
인구 감소에도 성장 지속 가능한 사회 만들어야
AI·로봇 등 생산성 끌어올릴 기술이 관건
전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인류사 최초로 인구가 쇠퇴하는 시기로 진입하고 있어서다. 인구 성장에 기댄 경제 황금기도 막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새로운 번영의 방정식을 모색할 때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작년 7월 보고서는 “세계 인구가 2064년 97억 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인구가 감소 추세에 접어드는 국가는 전 세계 195개국 가운데 151곳에 달한다.
30만 년의 인류 역사상 혹한기나 전염병 여파로 인구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적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쇠퇴기가 오는 것은 처음이다. 크리스토퍼 머레이 워싱턴대 건강측정평가연구소 소장은 “출산율이 회복되지 않는 한 인류는 소멸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위기는 이미 현실이 됐다. 1960년대 후반 2.09%로 정점을 찍은 세계 인구증가율은 2023년 약 80년 만에 1%를 밑돌 전망이다. 2017년 전 세계 25% 국가에서 생산 가능 인구(15~64세) 증가율이 1% 아래로 떨어졌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중국이다. ‘인구대국’ 중국은 내년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 2100년에는 지금의 14억1000명에서 7억3000명으로 반 토막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23개국의 인구는 현재보다 절반으로 줄어든다. 2030년을 전후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국의 인구 감소가 가속하면 GDP 역전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인구감소 추세를 부채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일본 출생자 수는 전년 대비 3% 감소한 84만 명으로 189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적었다. 고용·의료 등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도 361만 명으로 4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는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출산율은 1%포인트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또 인구 증가 추세를 돌린 것은 무엇보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출산율이 저하된 영향이 크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950년대 초반 6명에서 2017년 2.4명까지 줄었다.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2.1명에 근접한 것이다.
글로벌 인구 쇼크는 경제 성장에도 먹구름을 드리운다. 인구는 번영의 주요 토대이기 때문이다. 호모사피엔스 등장 이후 30만 년 동안 인류의 출생 인구수는 약 1000억 명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인류의 번영은 두 번의 혁명이 계기가 됐다.
약 1만 년 전 농업혁명이 첫 번째다. 인류는 수렵 채집에서 정주생활을 하게 되면서 문명을 탄생시켰다. 급성장은 아니었지만, 인구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인구는 약 200년 전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800년대 산업혁명으로 식량 대량 생산과 의료 체계 개선을 이룬 영국은 인구를 4배로 늘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발판을 마련했다.
인구 쇠퇴기를 앞두고 현재 시스템의 대폭적인 개선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 증가를 전제로 한 연금이나 사회보장 제도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발상을 버리고 인구 감소에도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이 생산성을 끌어올려 노동력 부족에 대응할 무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소니그룹과 가와사키중공업은 2022년 공동으로 원격 조작 로봇 시스템 사업을 펼친다. 우선 공장 생산라인에 도입하고 향후 의료와 노인 요양 등으로 영역을 확대한다. 전문가들은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공존할 수 있다”며 “새 시대에 맞는 규제와 관습을 정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