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대표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옵티머스 사태'는 김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이 공개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졌으나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허선아 부장판사)는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751억 원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 씨와 이사 윤석호 변호사는 각각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 씨는 벌금 3억 원과 추징금 51억7500만 원, 윤 씨는 벌금 2억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금융투자업자는 신의성실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영업을 영위해야 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투자자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이익 얻으면 안 된다”면서 된다”며 “이 사건은 금융투업자로서 기본적 신의성실의무 및 윤리의식을 모조리 무시한 채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약 50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금융 건전성을 심하게 훼손시켜 사모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 등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약 1조1903억 원을 모은 뒤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추가 기소한 금액까지 더하면 이들이 모은 투자금은 총 1조3526억 원이며 이 중 변제되지 않은 금액은 5542억 원에 달한다.
법원이 옵티머스 경영진에 대한 혐의를 유죄로 봤지만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양호 전 나라은행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이 옵티머스 자문단으로 활동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전직 부총리와 장관 등이 펀드 운용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해당 문건에는 이 전 총리가 추천한 한 발전소 프로젝트에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 씨가 투자를 진행 중이라는 내용 등이 적시됐다.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경기도 봉현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해 채 전 총장이 지난해 5월 이재명 경기지사를 면담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문건 외에도 김 대표의 사무실 컴퓨터에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저장된 파일이 나오면서 의혹이 더욱 커졌다. 당시 국민의힘은 옵티머스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3월과 4월 초 양 전 행장과 이 전 부총리, 채 전 총장을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이들은 정식 자문계약을 맺고 조언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행장과 이 전 부총리의 경우 소환조사 이후 지금까지 피의자 전환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혐의로 종결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월 하나은행, NH투자증권의 전현직 직원 6명을 추가기소했다. 현재까지 로비 의혹으로 기소된 정관계 인사는 윤모 전 금융감독원 국장이 유일하다.
검찰은 옵티머스 자금 사용처를 계속 추적하며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옵티머스 이사 윤 변호사의 배우자인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범행 가담 여부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 지분 약 10%를 보유했다.